오피니언

[토요산책] 노사 상생의 길

최근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61개국 중 38위로 지난해보다 9계단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노사관계 항목은 61위로 꼴찌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노사관계가 경쟁력 강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사 화합이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 못지않게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일본의 도요타는 최고의 실적을 올렸던 지난 2003년 기본급 동결과 보너스 삭감에 노조와 합의하면서 후일을 도모한 결과 ‘노사 윈윈’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GM대우 '노사윈윈' 성공 국내의 예로는 강성노조로 유명했던 GM대우 부평공장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GM대우 부평공장은 4년 무분규의 과정을 거치며 회생한 결과 해고 직원을 다시 불러들여 국민의 박수를 받고 있다. 결국 GM대우는 최근 노조 파업으로 진통을 겪은 현대차를 누르고 월별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기업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노조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반면에 파업 등 강경 노조 활동과 그로 인한 고비용 구조의 폐해로 인해 미국자동차시장에서 GM은 일본 도요타에 밀려 순위가 역전됐다. 이같이 노사관계가 기업의 존폐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노사가 상호 신뢰와 존중으로 화합할 때 생산성이 향상되고, 이는 다시 직원의 복리후생 증대로 이어진다. 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도 늘어나 노조와 회사만이 아니라 사회 모두에 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사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 조직 관리 분야의 권위자인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교수는 한국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적대적 노사관계 청산을 들었다. 노사관계는 한 기업의 내부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우열을 가르는 한 축으로 굳어졌다. 노사관계의 악화로 시끄러울수록 해외 투자가가 외면할 수밖에 없다. 대화보다 파업을 앞세우는 노동 문화는 노사 모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사의 격의 없는 열린 대화 속에서 믿음이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다. 이와 같이 노와 사가 경제적 파트너이자 동반자로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해 걸어가는 것이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회사와 국민 모두를 살리는 확실한 방법이다. 한편 불법 점거 사태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포항건설노조 사태가 아직 채 잊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오는 4일 발전노조의 파업 예정으로 긴박한 상황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국민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기업의 파업이 국가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는 게 아닌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2002년 발전노조 파업으로 인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노조 파업으로 원활한 전력 공급에 어려움이 가중됐고 국민들의 커다란 불편을 초래했다. 회사 차원에서는 동료 직원이 해직되고 직원들간에 불신이 싹트는 등 직원은 물론 가족들까지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당시를 거울 삼아 국가적으로나 회사 차원에서나 파업은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화·합의로 협력체계 구축을 노사 쌍방은 서로의 주장만을 고집하기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결단력을 보여줘야 한다. 노와 사는 자전거의 두 바퀴와 같다. 도요타 등 세계적인 일류 기업들은 노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해 세계 최강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제 노사는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고 한마음ㆍ한방향의 조직 문화를 형성하고 노와 사의 부단한 대화와 합의 실현으로 상생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발전회사의 경영진과 노조는 지금까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앞으로도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대화와 협력의 관행을 정착시켜나가야 한다. 이것이 노사 상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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