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세계적인 희귀조인 저어새가 비무장지대인 인천시 강화군 석도에서 집단으로 번식하고 있는 것이 발견돼 세간의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다.천연기념물 205호인 저어새는 몸길이 86㎝정도의 흰색 깃털로 덮여있고 부리는 먹물빛을 띤다. 입모양은 주걱처럼 생겼다. 이 새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서해에 인접한 남북한과 중국에서만 현재 613마리가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희귀조다.
환경부 생태조사단이 실시한 강화군 비무장지대 조사에서 이런 저어새의 둥지 11개를 발견했다. 또 인근의 이름없는 돌섬에서 휴식중인 19마리가 목격됐다.
저어새가 석도에서 집단으로 서식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섬이 한국전쟁후 민간의 출입이 금지돼 왔으며 섬주변은 조류의 먹이가 되는 각종 생물이 번성하는 개펄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조사를 담당한 한국교원대 김수일(金守一)교수는 『반세기동안 인간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고 풍부한 먹이와 괭이갈매기들이 집단번식하는 틈새에서 얻는 보호막이 그들의 번식을 가능케했다』고 밝혔다.
개펄은 이처럼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로서 뿐만 아니라 식량 의학에 이용될 수 있는 유전자원의 보고이자 육지에서 바다로 흐르는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오염정화시설의 기능까지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제시대부터 식량증산차원에서, 70년대 이후에는 공단조성을 위해 간척사업을 벌인 결과 갯벌은 줄어들고만 있는 상태다.
◇개펄현황=지난해 해양부에서 실측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개펄의 총면적은 2,393㎢로 지난 87년에 조사한 2,815㎢에 비해 422㎢ 감소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국토의 2.4%에 해당하며, 특히 서해안은 전체 개펄의 83%인 1,980㎢를 차지하고 있어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해안, 독일 북해연안, 아마존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 5대 개펄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해양부는 지난 87년 조사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실제보다 적게 측정된데다 87년 이후 시화, 새만금 등 주요 간척 및 매립사업으로 상실된 개펄 면적만도 810.5㎢에 이르러 실제로 없어진 개펄면적은 전체의 40%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펄의 경제적 가치=개펄을 매립하지 않고 수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매립해 농경지로 쓰는 것보다 경제적가치가 3.8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개펄의 에이커당 수산물 생산가치만 365만원에 이르고 이밖에 동식물의 서식지 기능 283만원, 정화기능 155만원, 심미적기능 160만원 등 총경제가치는 820만원에 이르는 반면 매립해 농업지로 활용할 경우의 가치는 247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특히 개펄에 대한 경제적 생태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간척사업을 벌여 자연환경변화 환경오염의 심화 수산자원의 고갈 등 부작용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군장산업기지 개발사업시 건설단계의 준설 및 매립에 따른 부유물질이 하루 1만7,035톤이 발생해 바다를 오염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또 천수만 간척사업의 경우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기전인 86년에는 연간 어류생산량이 1만2,150톤에 달했으나 방조제 공사가 끝난 91년에는 4,570톤으로 62%가 감소했으며 낙지 등 연체류도 2만톤에서 5,000톤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환경·생물적 기능=개펄은 물과 육지가 만나는 경계지대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생물의 종류가 다양하고 영양염류와 에너지가 풍부하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서해안 개펄에 서식하는 어류는 230종, 게류가 193종, 새우류가 74종, 조개류가 58종에 달한다.
또 개펄은 또한 하천을 따라 내려온 부유물질의 퇴적장 구실을 하고 그 속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에 의해 화학물질의 분해가 활발히 진행되어 수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개펄 10㎢가 가지는 정화능력은 25.3㎢의 면적을 가진 인구 10만명의 도시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는 하수종말처리시설과 맞먹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의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0.01㎢의 개펄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21.7㎏을 정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분석을 새만금지구에 즉 새만금 지구 개펄의 정화능력은 10만톤 규모의 전주 하수종말처리장 40개의 정화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수종말처리장 건설비용이 172억원임을 감안할 경우 새만금지구 개펄의 정화능력은 7,247억원에 달한다.
◇보전 노력= 최근들어 환경보존단체를 중심으로 개펄보전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도 개발 일변도에서 벗어나 보전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미 20여년전부터 개펄이나 내륙습지에 관심을 가지고 보전정책을 펴온 선진국들에 비해 때 늦은 감은 있다.
해양수산부는 우선 내년부터 2004년까지 5년동안 233억원을 투입, 우리나라 개펄의 면적, 생태계 현황 등을 조사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이용방안과 관리방안을 수립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법적인 보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공동으로 내륙과 연안의 습지를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간척, 매립, 골재채취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습지보전법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해양수산부는 또 개펄을 포함한 연안지역의 체계적인 개발과 이용을 위해 연안역관리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들은 해당지역주민들의 현실적인 이익과 상충되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어 제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서울대 고철환(해양학과)교수는 『한번 섣부르게 삽을 댄 자연은 결코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없다』며 『개펄을 개발이 절대 허가되지 않는 구역과 양식장과 같은 수산물 증산을 위한 행위정도를 허락하는 구역, 일반어업이나 해상활동을 허가하는 구역 등으로 구분 철저히 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이학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