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금리 고점은 언제일까?

손성원 LA한미은행장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들은 금리정책에 있어서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여왔다. 경제 사이클의 초기단계에 일시적 경기침체나 뚜렷한 경기하락세가 나타날 경우 중앙은행은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다. 이 기간 동안 정부도 같은 이유로 세금을 인하하거나 정부 지출을 늘리고는 한다. 시간이 지나면 저금리와 재정적 자극에 힘입어 경제는 모멘텀과 활력을 얻는다. 그리고 경제성장을 이끄는 모든 동력이 소진되는 시점에 인플레이션이 경제의 걱정거리로 떠오르게 된다. 인플레이션율은 실업률이 낮아지고 상품가격이 오르는 것에 반응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때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결국 통화정책은 경제상황에 뒤쳐질 수밖에 없으며 이를 감안할 때 정부 관료들은 한발 앞서 생각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경제 사이클은 전통적인 경기 사이클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적어도 세 가지 점에서 현 경기상황과 과거의 경기 사이클이 차이가 난다. 첫번째는 미 연방준비은행(FRB)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겠다고 언급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다른 이사들은 줄곧 이같이 주장해왔지만 앞으로도 금리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경제에 부담을 주지도, 그렇다고 활력을 주지도 않는 중립적인 수준의 금리는 약 4% 전후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 금리는 2.75%에 불과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금리를 중립적인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두번째 차이점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나 단기금리를 고려할 때 장기금리가 너무 낮은 수준에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근본적 이유는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상흑자가 계속 불어나는 데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통화의 절상을 막기 위해 달러를 매입하고 매입한 달러로 미 국채를 사들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미 국채를 대거 사들이면 국채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도 역시 변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상흑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 아시아 지역의 수입 증가와 유가 및 상품가격 상승이 경상흑자를 줄어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경상흑자가 280억달러에 달했지만 올해는 그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아시아 국가들의 경상흑자가 줄어들면 이들 국가의 미 국채 매입이 줄고 그 결과 국채수익률이 상승하게 된다. 세번째 요인은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다. 과거에도 국제유가가 급등한 적은 있지만 일시적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중국의 왕성한 석유 수요로 국제 원유 수요가 상당기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국제유가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하락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고유가는 경제생산구조에 단계적으로 영향을 미쳐 인플레이션 속에 경제성장은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 이 경우 금리는 다른 시나리오에 비해 더 높은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현재 단기금리가 고점에 달했다는 경제적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을까. 인플레이션 하락은 단기금리가 떨어지기 위한 사전 조건이다. 단기금리가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돼야 한다. 역사적으로 원자재가격과 단기금리는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유가와 다른 상품가격들이 상승세를 멈춘다면 단기금리 역시 하락세로 접어들게 마련이다. 주가와 채권 수익률도 단기금리가 고점에 왔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다. 단기금리가 고점을 찍기에 앞서 주가는 하락하고 채권 수익률도 단기금리의 변화에 앞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과거 경험상 주식 및 채권 투자자들은 단기금리의 고점을 미리 예상하는 데 있어 탁월한 성과를 보여왔다. 이상의 조건들을 모두 고려해볼 때 단기금리가 고점에 근접했다고 생각할 수 없다. 한국과 미국 모두 인플레이션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채권 수익률은 비정상적으로 낮다. 전세계 경제성장 추세도 매우 견조하다. 단기금리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징후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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