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로서의 경력만 따지면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과 자웅을 겨룰 정도다.
BMW코리아는 2011년 국내 수입차 가운데 처음으로 연판매 2만대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4만대의 벽을 넘어섰다. 판매실적부터 BMW 드라이빙센터 건립까지 김 대표가 하는 일마다 '수입차 첫사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경력만 놓고 보면 김 대표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덕수상고를 나온 그는 방송통신대학교를 다니면서 독학했다. 2003년에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BMW 본사 임원이 됐다.
외국계 기업에서 CEO를 15년이나 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자력으로 글로벌 기업 본사임원에까지 올랐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BMW코리아에 합류할 때도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와 경영학석사(MBA) 출신 등과 경쟁해 당당히 뽑혔다. 처음에는 들러리였는데 독일 본사에서 이뤄진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실력으로 이긴 것이다.
김 대표는 스스로를 "자동차·제약·금융인"이라고 소개한다. 삼분의 일은 자동차인이면서 나머지는 제약과 금융인으로서의 DNA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그는 1975년 삼보증권(현 KDB대우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외국계 보험사인 하트포드화재보험사를 거쳐 제약사 한국신텍스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텍스에서 있을 때 스위스 로슈와 합병돼 구조조정을 맡았을 때의 일화는 유명하다. 로슈에서는 구조조정 대가로 거액의 인센티브를 김 대표에게 제시했는데 그는 이 돈을 직원들에게 나눠주자고 역으로 제안했다. "내손으로 뽑은 직원들을 그렇게 내칠 수가 없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직원들은 좋은 처우를 받았고 한달 만에 구조조정은 끝났다.그는 직원들의 재취업까지 일일이 알아봐줬다.
직원들을 챙기는 마음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처음으로 딜러사 직원 가족 1,700여명을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 초청해 행사를 했다. 법인은 다르지만 같은 BMW 식구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