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개각과 종편은 一氣呵成?

이명박 대통령의 올해 화두는 '일기가성(一氣呵成)'이다.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않고 이뤄내야 한다'는 뜻이다. 국운융성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선진일류국가를 위해 더욱 내실을 다져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이 말은 16세기 중국 명나라 시인인 호응린(胡應麟)의 평론집에 실린 한 시평(당나라 두보의 '등고(登高)')에 나오는데 '문장이 처음과 끝이 일관되고 빈틈없이 순리에 따라 짜여 있다'는 의미도 지녔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 마지막 날에 이뤄진 개각과 종합편성ㆍ보도전문채널 선정은 여러 가지를 곱씹어보게 한다. 수개월간 미뤄졌던 인사가 이뤄진 것은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행정의 연속성 측면에서 다행이다. 1년 넘게 연기해온 종편 선정을 마무리한 점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처리방식은 '일기가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개각이 공교롭게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종편 선정과 같은 날에 발표돼 물타기 의혹이 제기된다. 비판적 여론의 분산을 꾀한 것이다. 야당은 '측근 회전문 인사, 국민무시 개각'이라며 1월 중순께로 예상되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종편에 대해서도 "보수언론들에 대거 방송권을 줘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며 혹평했다.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실질적으로 올해가 이 대통령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해라는 점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사들을 쓰는 것은 인지상정으로 볼 수도 있다. 종편에 대해 방송미디어산업의 발전을 이끌 견인차라는 기대감도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일기가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국정 운영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개각과 종편 등 주요 현안도 한 예다. '미루지 않고 해낸다'는 목표지향에만 방점을 둘 경우 기존 국정운영 방식이 유지될 것이고 방법론적으로 '매끄럽게, 순리에 따라' 쪽에 신경을 쓸 경우 대화와 타협ㆍ소통에 관심을 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새해 신묘년은 토끼의 해다. 지난해 호랑이의 해에서는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와 경제성장 지속, 남북관계 악화, 국회폭력, 양극화 등 명암이 크게 교차했다. 꾀보다 힘을 앞세운 해이기도 했다. 새해에는 인플레이션, 공공기관 부채, 양극화, 성장과 복지 조화, 평화체제 구축 과제 등에 대해 부디 용왕님한테 끌려갔다가도 다시 살아 돌아온 토끼의 지혜를 구해 '일기가성'을 했으면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