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새 파산법 만들고 구조조정국 신설 … 위헌·통상 분쟁 가능성

■ 금융위 "11월까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시화"

시장 자율협약 원칙 버리고 당국 개입 강화

워크아웃 신청 주체에 주채권은행 포함

기업 부담 커지고 관치 금융 부작용 우려도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동부제철 채권단회의에 관련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상시화 방안을 오는 11월까지 내놓기로 하면서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의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기촉법을 상시화하는 동시에 금융위 내에 '구조조정국(가칭)' 신설 등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운용되던 법과 조직이 완전히 제도화되는 만큼 내년부터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당국과 채권은행들의 입김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과도한 '관치 구조조정'이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들 사이에서는 당장 기촉법이 끊임없이 내포해왔던 위헌 논란은 물론 통상마찰 가능성까지 우려하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2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11월까지 기촉법 상시화 방안을 마련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지난 2001년 최초 도입된 기촉법은 13년이 넘도록 일몰 연장을 거듭하며 한시적 형태로 유지돼왔다.

2015년 만료 예정인 기촉법을 정부가 아예 상시화한다는 것은 시장의 자율적 구조조정 환경이 정착되기를 기다린다는 미련을 버리고 사실상 새로운 '파산법'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채권단 주도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강화할 방침이다.

당국은 워크아웃 신청주체(현재는 기업만 허용)에 주채권은행을 다시 추가하고 워크아웃 협약기관에 각종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와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한 기관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조직도 금융위 내에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기존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을 폐지하는 대신 금융정책국 내의 '산업금융과'와 '구조조정지원팀' 등을 토대로 '구조조정국'을 구성하는 방안을 안전행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정부 내 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컨트롤타워가 명시적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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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관행이 정착되지 못한 국내 현실에서 보면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강화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부실기업에 대한 신속한 지원과 시장 영향 최소화를 위해 채권단과 당국의 교감이 필요한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법원의 회생 절차는 상대적으로 신속성이 떨어지고 경제적 파장도 크다.

하지만 기촉법 상시화가 가져올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기업들이 느끼게 될 위축감이다.

그간 기촉법이 한시적 형태로 운용될 때도 당국 주도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시장의 자율적 협약이 우선한다는 원칙은 존재해왔다.

기업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소한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워크아웃의 신청주체가 기업이고 정부가 그나마 한발 물러서 구조조정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기촉법 상시화가 법률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법조계는 기촉법의 위헌 소지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만 시행되는 것, 외국 금융기관을 배제하고 국내 금융기관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헌법적 형평성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워크아웃은 구체적 원칙이나 규정 없이 개별 기업 상황, 그때그때 정치적 판단에 따라 운영되다 보니 예측이 어렵고 법적 안전성도 미비하다"며 "당국이 규제 대상인 금융기관의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것도 법치주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놓고 구조조정국을 신설하는 것과 관련 무역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통상전문가는 "현재 중단돼 있기는 하지만 2010년대 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협상의 경우 정부 지분이 들어간 은행의 저금리 대출도 정부의 지원으로 간주해 제한한다"며 "정부 내에 구조조정국이 설치되고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경우 앞으로 통상분쟁의 개연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구제금융에 산업은행이 나서자 미국은 통상 문제를 걸고 넘어진 바 있다.

금융위는 10월까지 법조계·재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기촉법 상시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촉법 상시화 방안은 지금까지 기촉법이 가진 순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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