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단독] 이대로 가면 STX다롄 조선소 통째 중국헌납

이강식 부회장 서울경제 단독 인터뷰

투자금 일부라도 회수하려면 中 관심 있는 엔진·건설 등

일부 계열사 쪼개 팔아야 당국·산은 적극 역할 필요


"시간은 중국 편입니다. 이대로 가면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이강식(63·사진) STX다롄 조선해양 부문 총괄부회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STX다롄 처리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롄 조선소에 쏟아부은 투자금을 조금이라도 회수하려면 STX다롄엔진·STX다롄건설 등 중국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일부 계열사라도 쪼개서 팔아야 하지만 우리 금융당국이나 산업은행은 아무런 대책 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시간은 중국 편이다. 이대로 가면 3조원 넘게 쏟아부은 STX다롄 조선소를 통째로 중국에 헌납할 수밖에 없다"면서 "산은이 주주로서 유한책임만 지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초 STX다롄집단(다롄조선해양·다롄중공업·다롄엔진·다롄건설 등 12개 계열사)을 총괄하는 대표로 부임했다. 지난 2012년 STX 프랑스 이사회 의장직을 끝으로 STX를 떠났다가 STX다롄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해결사가 필요한 강덕수 회장이 그를 다시 불러들였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중국 금융권과 접촉해 STX다롄 매각협상을 벌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모회사인 STX조선이 지난해 4월 자율협약을 맺은 후 경영 주도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가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중국개발은행(CDB) 측과는 협상타결 직전까지 갔지만 무산됐다.


그는 "다롄 책임자로 오고 나서 CDB와 협상이 잘 진행돼 5,000억원 정도만 있으면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STX조선이 쓰러지면서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채권단이 STX조선 측에 다롄에 대한 지원을 끊으라고 하면서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쳤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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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산은이 STX다롄 처리와 관련해 보여온 태도에 대해 "국책은행답지 못하다"며 일갈했다. 국책은행이라면 STX다롄을 원만하게 해결해 현지 한국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 일절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마지막으로 STX조선 측에 △STX다롄 야드에 대한 향후 처리 방침 △임직원들의 체불임금 방안 △향후 잔존 인원 임금에 관한 방안 △다롄 야드 유지에 따른 최소한의 필요경비에 대한 사항 등을 문의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3월 공정 중단 후 8개월 가까이 STX다롄의 재산보호와 가치 유지를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를 느낀 순간이었다. 그는 결국 STX다롄 대표로서의 권한행사를 중지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STX조선 측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고 그는 여전히 법적으로 STX다롄집단의 대표다.

그는 산은 측이 STX다롄의 청산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리 측에 불리한 구조라는 것. 금융감독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도 "중국은행들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STX다롄은 파산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현지에서도 향후 2개월 이내에 중국 채권단이 STX다롄에 대해 법적 파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 쪽은 불리할 게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STX다롄에 투자된 3조원 중 중국 채권단의 익스포저는 1조5,000억원 정도인데 연체가 계속 쌓이고 있다. 연체이자가 원금의 3분의2 정도 이른 순간 청산이나 파산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가치 있는 일부 계열사는 분할매각 등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STX다롄의 한국 협력업체에 밀린 채권과 직원 급여라도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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