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자판기를 일본에 수출해온 부천의 A사는 원자재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지난달 대일수출을 결국 중단하고 말았다. 농산물 수출업체인 L무역은 일본에 대한 김치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72%나 줄어들었다. 원^엔환율의 하락으로 대일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면서 수출실적이 급격하게 줄거나 아예 수출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환율 하락을 수출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채산성이 악화되고 국산 제품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29일‘원^엔 환율하락에 따른 대일 수출업체 애로조사’ 보고서를 통해원^엔환율 하락으로 인해 일본시장에서 중국산과 경쟁관계에 있는 부품류와 농수산물 등의 수출이 중단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측은 환율하락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대일 수출중단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우려했다. 연간 약 2억달러의 주방용품 등 생활용품을 일본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E사는 국내 조달품으로 생산한 제품의 대일 수출은 이미 적자로 전환됐고 마진율도 전년대비약20%나떨어졌다. 전기회로기기(PCB) 수출 업체인 G사의 경우 부품 등 원자재의 수입선을 중국으로 전환하고 단가인상 등을 통해 6% 정도의 코스트를 절감했지만 전년도 말에 비해 마진율이약17% 감소했다. 또 일부 업체는 환율하락과 더불어 유가상승, 원자재 가격상승 등에 따른 삼중고를 겪으며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전략적으로 일본시장 유지를 위해 적자 수출을 감수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무협 관계자는 “조사대상 업체들은 원-엔의 적정환율을 대체로 100엔당 850~950원대로 보고 있다”며 “현재 790원대로 떨어진 환율수준에서는 적자수출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 수출을 포기하는 사태가 갈수록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