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사건 본질훼손 안된다(사설)

한보특혜대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1주일을 넘기면서도 본질문제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의 검찰 수사 각도는 한보의 경영비리, 금융계의 대출비리, 정·관계의 뇌물수수등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압력을 넣은 일이 없노라고 탈탈 털고 있는가 하면 떡값, 후원회비 수수의 언설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또 검찰도 은행장 의원 상당수가 명절에 떡값을 수수한 사실을 포착했다고 흘리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처음부터 경계됐던 대로 사건의 축소 은폐를 위한 전주이고 또다른 외압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 어마어마한 한보특혜대출 비리가 몇푼의 떡값이나 뇌물을 고리로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금융풍토 아래서 특정기업에 천문학적 규모의 변칙부실대출이 이루어졌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욱이 한보가 한번 담보로 설정한 부동산을 은행들이 자체판단으로 27차례나 담보로 잡았다는 사실은 외압이 아니고서는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은행은 1원을 따질 만큼 돈에 철저한 돈장사 기업이다. 외부로부터의 압력 없이 엄청난 규모의 특혜 편법대출은 불가능하다. 그것도 은행장의 목줄을 쥐고 있는 곳으로부터의 압력이 아니고서는 이같은 대규모 비리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렇다면 검찰수사의 본질은 그 압력의 배후를 밝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의 수사가 떡값과 뇌물수수로 방향이 잡혀가고 정치권도 떡값과 후원회비를 들먹거리고 있다. 외압실체 접근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밖에 달리 이해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야당에도 한보의 로비자금이 흘러들어 갔다고 여당이 맞불작전을 펴고 있는데 야당의 힘으로 그같은 대규모 특혜대출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야당이나 일부 의원에 로비자금이 흘러갔다면 그것은 필시 눈감아 달라는 뜻의 입막음 떡값에 불과 할 것이다. 여기서 수서사건 수사결과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번 수사의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다. 수서사건은 6공최대의 비리사건으로 꼽혔으나 1년간의 수사결과 국회의원 5명, 청와대 비서관, 건설부국장이 사법처리되는 선에 그쳐 시나리오대로 핵심은 건드리지 못했다는 의혹은 의혹대로 남겼다. 아니나 다를까 정권이 바뀐 뒤에야 의혹의 배후 실체가 밝혀졌다. 이번에는 그같은 검찰의 오점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거처럼 본질에 접근하지 않은채 곁가지만 치게 되면 또 하나의 오점을 기록하고 의혹은 부풀어 대선에 큰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다. 마침 대통령도 한보사태를 「전형적인 부정부패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처럼 하지 말고 성역없는 사정으로 외압의 배후 실체를 엄정히 밝혀 한점 의혹도 남기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진다. 이제 검찰이 눈치 볼 것도 꺼림칙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문민검찰의 명예를 회복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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