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2월 11일] <1618> 게리맨더링


매사추세츠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가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선거구를 뜯어고쳤다. 상원의원 선거법 개정 투표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게리의 소속정당인 민주공화파(제퍼슨당)와 상대방인 연방파의 치열한 설전 속에서도 게리는 1812년 2월10일, 개편안을 강행하고 말았다. 선거구 분할로 게리는 이익을 얻었을까. 두 달 뒤 치러진 주지사선거 결과가 민심을 말해준다. 5만829표 대 5만2,343표로 게리의 패배. 주지사직에 도전한 지 10년 만에 겨우 뜻을 이루고 재선에 성공했던 게리는 3선의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게리가 예상 외의 패배를 당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선거구 개편에 대한 반대여론. 특히 연방파를 공개 지지하던 신문인 보스턴가제트지의 삽화를 곁들인 신조어(新造語) 하나가 게리를 무너뜨렸다. 보스턴가제트지는 분할된 선거구의 모양새가 도롱뇽(salamander)과 비슷하다며 게리의 이름과 합성해 '게리맨더(Gerry-mander)'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험악한 모습의 도롱뇽이 매사츄세츠주를 감싸고 있는 삽화와 함께 '게리맨더'가 활자로 나간 뒤 선거는 사실상 끝났다. 1830년대부터는 게리맨더링이 '특정 인물이나 정당의 이익을 위해 선거구를 개편하는 행위'라는 뜻으로 사전에도 올랐다. 게리맨더링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이론적으로 그렇다. 가령 A정당과 B정당의 지지자가 각각 360명과 280명이고 선거구가 4개인 지역이 있다고 가정하자. 선거구를 어떻게 나누냐에 따라 A정당이 4 대0의 승리를 거둘 수도, 1대3의 패배를 당할 수도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거가 치러지는 곳이면 게리맨더링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선거를 앞둔 우리나라의 일부 지역에서도 게리맨더링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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