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의식개혁으로 새 歷史를 쓰자

해가 떠오르고 새벽이 밝아옴은 어제, 지난해, 지난 천년과 다를 것이 없고 지난 세기의 여명과 다르지 않겠으나 오늘의 해는 새 천년을 여는 첫 날의 해이고 오늘의 여명은 새 세기의 출발을 밝히는 여명이어서 질량감이 다르다. 각 개인의 희망과 기대의 부피와 무게가 다르고 국가의 미래에 대한 설계의 구도가 달라야 한다. 적어도 지난 천년의 그것과 지난해의 그것과는 달라야 하는 것이다. 지구촌이 어디나 할 것 없이 설레이고 북적거리는 새 천년맞이 축제와 환호도 그런 의미를 함축하고 있고 오는 세기에 대한 비전에 색깔을 입히는 첫 작업이다.모두다 바꾸고 털어버리고 가자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과거는 현재의 거울일 수 밖에 없다. 새 세기의 문턱에서 되돌아보는 20세기는 어지러웠다. 전쟁과 이념, 혁명 그리고 기술혁신이 풍요와 고통을 함께 가져다 주었다.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질서의 싹이 돋아나기도 했다. 그같은 파괴와 생성으로 특징지어지는 20세기의 끝자락인 지난해 세기말적 현상이 꼬리를 물었다. 세계가 다음 천년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한해 내내 옷로비 의혹과 문건파문으로, 폭로와 고발로 소모적인 싸움을 했고 사건과 사고로 더렵혔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역사를 살아왔다. 이제 대전환의 출발점에 섰다. 지난 시대를 얼룩지게한 악습과 구태를 버리고 새로운 질서와 체제를 세워나가야 할 엄숙한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세계화가 가속되는 상황아래서 경쟁력에 기초한 생존경쟁 체계로 국제질서가 재편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 일본 중국을 주축으로 한 동아시아권 등 3극 체제의 신 경제질서가 형성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점은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이나 유수한 연구기관들이 오래 전부터 예언해온 것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시대에서도 한국이 중추적 역할을 해야하고 무대의 중앙에 서도록하는 소명이 두 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지워졌다. 우리 역사의 흐름도 중흥기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냥 얻어지는 건 아니다. 하기 나름이다. 준비가 되어 있고 받아들일 자세를 갖추기에 따라 흥성의 세기가 될 수도 있고 또 한번의 추락의 역사로 바뀔 수도 있다. 새 천년을 우리의 천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뿌리 깊이 박혀있는 치졸한 유산을 털어내고 미완의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중에서도 첫 손을 꼽를 건 의식의 개혁이다. 의식혁명이야말로 선진국이 되기 위한 기본 요인이다. 정도와 원칙이 승리하고 도덕과 윤리가 우선적 가치로 살아 숨쉬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발목을 잡아온 집단이기주의 지역갈등 부패와 부정 부실 대충주의 빨리빨리 서두름증도 의식의 낙후와 도덕의 황폐화에서 비롯되었다. 의식개혁은 기초질서 지키기에서 부터 다듬어져야 한다. 교통질서를 지킬 줄 모르고 거리에 휴지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의식 수준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음악회에서 삐삐를 울려대고 공중장소에서 제멋대로 떠들고 행동하는 아이를 보고만있는 부모가 있는 한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그 해법의 첫 열쇠는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유치원 초등학교 교육과 동시에 가정 교육이 나눠 맡아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과정에 의식개혁에 필요한 기본적 과목이 필수되어야 한다. 교육이 천년대계이기 때문이다. 21세기 첫 해에 반드시 다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정치개혁이다. 한 세기를 두고 외쳐왔던 것의 하나가 정치개혁이었다. 그러면서도 번번이 미결로 해를 넘기고 숙제로 떠안았다. 그동안의 정치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정치(正治)가 아니라 가치의 혼돈이었다. 정치권은 부패고리의 온상이었고 정치는 사리분별없는 권력 기나 다름없었고 정치인은 사리(私利)를 밝히는 꾼들로 끝내는 오명을 쓰고 추락했었다. 정치가 바로 서지 않고선 나라가 바로잡히지 않고 경제 사회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올해, 새 천년의 첫해에 정치개혁을 시험할 정치행사가 열린다. 4월 총선이 시험대다. 민주주의 발전의 틀을 다지는 깨끗한 정치, 돈 안드는 정치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민주주의와 함께 시장을 국제기준에 합당하게 다져야 한다. 앞으로의 세기는 경제력이 국가의 미래를 가름하게 될 전망이다. 군사력으로 강대국이나 선진국을 가름하던 시대는 지났다. 경제가 무엇보다 우선하는 최상위시대로 이미 접어든 것이다. 경제력의 향상은 과학 기술과 창의적인 사고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기술은 광속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인터넷의 혁명은 우리의 삶과 관습까지 바꿔가고 있다. 가히 가공할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 경제전쟁에서도 강자만 살아남게 된다. 1등 아니면 쇠퇴를 강요당할 것이다. 이제 모방은 영원히 2등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창의적인 인간, 창의적인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일본과 중국의 사이에 넛 크레커 모양이다. 아시아 시대에서 선두자리를 잡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개혁을 통한 경제력 제고에 보다 치열한 노력을 하지않으면 안된다. 서울경제 신문이 창간 40주년을 맞는 올해 창의가 넘치는 인재, 창의적 기업이 활력을 갖는 시대로 만들자고 제의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 세기는 통일의 세기가 될 것도 분명하다. 통일이 그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준비없이 통일을 맞이해서도 안된다. 혼란을 자초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곧 우리 민족의 웅비의 기회다. 아시아 시대의 주역도, 세계속의 강국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러자면 경제력의 강화는 필수적이다. 이 천년의 싹은 첫 해인 올해 결정될 수 있다. 갈길이 바쁘다고 대충대충 빨리빨리로 서두를 일이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더디나 철저하고 치밀하게 다지고 가야 한다. 늦을 수록 원칙에 충실하고 투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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