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구멍난 KB, 왜 이러나

정치금융이 파생시킨 상처… 신구 권력 갈등에 비리 투서 쏟아져<br>정권실세 낙하산 전략 모두 바꿔<br>보복·물갈이 인사에 기강 무너져<br>현 경영진 리더십 부재도 화 키워

24일 서울 여의도의 국민은행 본점 전경이 스산하다. 동시다발적인 악재와 금융당국의 특별검사가 뒤따르면서 KB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사진제공=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때 '리딩뱅크'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국민은행이다. 덩치로만 보면 아직도 1위 은행이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대출잔액만 203조원으로 국내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20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속은 철저히 썩었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건을 시작으로 카자흐스탄 BCC 투자부실에 베이징지점 인사 파문, 보증부대출 이자 부당수취, 본점 직원의 국민주택채권 90억원 횡령까지 비위사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은 줄줄이 계열사에 내려오고 있다. 내부 싸움이 심하다 보니 상대편이나 경쟁자와 관련된 내부 문제를 모조리 금융 감독당국에 투서하는 일이 쏟아지고 있다. 감독 당국이 가만히 있어도 '검사할 일'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메가뱅크를 꿈꾸던 국민은행은 왜 이런 꼴이 됐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정치금융'에 주요 원인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질적인 병폐인 1채널(국민)과 2채널(주택) 간의 싸움에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부터 어윤대 전 회장에 이르기까지 최근 수년간 정치금융까지 계속되면서 은행 내부통제와 기강이 무너졌다는 말이다.

더욱이 신구 권력 간의 충돌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인데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새로운 경영진의 리더십이 제대로 먹혀 들지 않고 있는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정권 따라 거대금융사 인사부터 전략 통째로 바뀌어=국민은행과 이를 관리하는 KB금융지주는 정권 때마다 외풍에 흔들렸다. 특히 은행 위에 있는 KB금융지주는 부침이 심했다.

황 전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 재직시절 투자손실 문제로 쫓겨나듯 회장직을 그만뒀고 이를 계승해 회장 후보로 선출됐던 강정원 전 행장은 당국 압력 논란 끝에 사퇴했다. 황 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정권에 지분이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어 전 회장도 이명박 정권의 힘을 얻은 낙하산 인사였다. 모피아 출신인 임 회장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룹 최고 수장인 지주회장이 개인의 정치력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은행 정책도 오락가락했다. 황 전 회장 때는 강정원 당시 국민은행장과의 갈등 탓에 되는 일이 없었고 어 회장 때는 지주가 은행 일에 사사건건 간섭했다. 은행장 자리를 놓고는 "누가 청와대나 정권실세와 더 가깝느냐"를 두고 경쟁을 벌일 정도였다. 이 행장이 뽑힐 때도 청와대 실세와의 관련설 등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전임 회장과 긴장 관계였던 임 회장이 선출되자 지금까지 시행돼오던 대학생 점포인 '락스타'와 '히든스타 500'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은행 전략이 180도 달라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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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민은행은 '스토리금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보복인사ㆍ물갈이인사에 망가지는 조직=임 회장은 취임 이후 인사를 대대적으로 했다. 지주 임원은 대폭 갈았고 은행도 부행장 숫자를 줄이고 어 전 회장과 민병덕 행장 때 요직에 있던 인물을 후선으로 뺐다. 전임 회장 색깔 지우기였지만 조직 내부의 반발은 더 커졌다.

이 같은 인사는 2009년에도 있었다. 강 전 행장이 지주회장 후보로 선출되자 황 회장 때 일했던 지주 부장들을 대거 지점으로 발령을 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강 전 행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실적이 좋지 않은 지점 등으로 보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강 전 행장 본인도 회장 선출을 위해 외부에 줄을 댔다. 그는 선진국민연대에 선을 대려고 관계자가 운영하는 와인을 대거 구매하고 선진연대 인사를 고문 등으로 앉혔다.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는 조직의 연속성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전 회장 때 일했던 사람이라고 이를 모두 내치고 다른 편을 올리면 처음부터 정책을 다시 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KB와 국민은행은 3년마다 주요 임원자리와 본부 부장이 바뀌고 있다.

◇은행 대대적 쇄신 나서나=은행 안팎에서는 이 행장이 조직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인사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금의 인사구도는 회장과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이 행장도 제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얘기다. 첫 인사결과가 썩 좋지 않은 탓이다. KB의 한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서 잇달아 큰 사건이 터져서 기강을 다잡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경영진이 연말에 있을 인사 때부터 새로운 기조를 보여주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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