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의 병폐는 우리 차살림 역사를 무시해버린 것, 일본 다도가 우리나라 불교문화를 기원으로 삼고 있는 점을 모르는 것, 차 예절은 기교나 기술이 아닌 정신의 깊이에서 비롯된다는 것, 차의 본질은 기호나 취미가 아닌 생명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선(禪)이라는 것을 모르는 데 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정병주씨가 현대 한국의 차문화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붇는다.그는 이번에 나온 `한국 차살림`을 통해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 가고 있는 한국의 차문화가 차 문화의 독창성을 해치는 차인(茶人)과 찻그릇, 차를 만드는 잘못된 과정을 통해 위협받고 있다고 질타한다.
저자는 차인들이 차의 근본인 `중정(中正)`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이것을 알지 못하는 차인들이 차회니, 찻그릇이니, 찻자리의 모습이니 하는 겉치레에 너무 신경을 쓴다고 비판한다. 중정은 평등의 다른 이름이다.
또 그는 무엇보다 한국 `차살림`의 정체성이 결여돼 있음을 걱정한다. 일본의 `다도`에서 역수입돼 형식에만 애를 쓰는 지금의 우리 차문화에 대해 그것의 원류가 되는 정신이 바로 우리나라에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현재 한국 차문화가 빠져 있는 병폐는 “한국 차인이 스스로 지어낸 과오 탓으로 생긴 것”이라며 “근본 없이 짜깁기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차 이론들을 걷어내고, 독창성과 역사성을 담보하는 한국 고유의 차문화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