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失보다 得이 큰 가격파괴 바람

유통ㆍ통신ㆍ수입차 등 각 분야에 걸쳐 가격파괴 바람이 거세다. 이마트가 일반 제조업 브랜드보다 20~40%나 싼 자체 브랜드를 판매하고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판매 첫날 일부 제품은 제조업 브랜드보다 2~4배나 더 팔렸다. 경쟁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마트보다 앞서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이마트의 가격파괴에 자극받아 새로운 전략을 모색 중이다. 통신업계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을 낮춘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KT는 시내ㆍ시외전화의 지역구분 없이 전국 단일요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경쟁업체인 하나로텔레콤 등도 가격을 내리지 않고 배기기 어렵게 됐다. SK네트웍스ㆍ대우자동차판매 등 국내 대기업들이 수입차시장에 뛰어들면서 콧대 높던 수입차업체들도 가격인하 경쟁에 나섰다. 애프터서비스도 눈에 띄게 달려졌고 구매방식도 고객 위주로 바뀌고 있다. 가격파괴 현상은 이밖에도 가전ㆍ금융상품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가격파괴는 소비자들의 이익은 물론 물가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일부에서는 지나친 가격경쟁이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대형 유통업체가 가격을 좌지우지하면 제조업체와 중소형 유통업체가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도 기우다. 가격파괴는 제조업체들의 원가절감 노력을 더욱 강화토록 해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가격파괴는 시장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울 때 촉진된다. 정부의 정책도 시장진입에 대한 장벽제거와 규제철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통신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비싼 편이다. 독과점체제로 시장진입이 어렵고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가격파괴 현상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조업체의 부담이 늘어나거나 대형ㆍ중소형 유통업자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한다. 공정위의 개입은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불공정거래가 아니라면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히려 경쟁과 가격파괴를 촉진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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