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뉴 E200K’에 시동을 걸자 특유의 중후한 엔진음이 들려온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며 가속이 시작된다. 강변북로에 접어들었다. 속력을 높이기 위해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기다렸다는 듯 강력한 질주가 시작됐다. 뉴 E200K는 강변북로를 달리는 국내외 중형차들을 가볍게 제쳤다.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급가속시의 힘은 적어도 2,500㏄급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정작 뉴 E200K의 배기량은 1,796㏄에 불과하다. 2,000㏄급 중형차들보다 배기량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성능을 낼까. 비결은 직렬 4기통의 컴프레서엔진에 숨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된 컴프레서엔진은 배기량을 훌쩍 뛰어넘는 파워를 뿜어낸다. 실제 뉴 E200K의 최대 출력은 184마력으로 국내 중형차들의 최대출력(140마력 내외)보다 훨씬 높다. 반포대교를 지나 곡선주로에 진입했다. 시속 80㎞라는 높은 속력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가속 페달에서만 발을 떼고 코너를 돌아보기로 했다. 보통의 경우 차의 쏠림 현상이 느껴지기 마련. 하지만 뉴 E200K는 운전자는 물론 차 자체에서도 별다른 쏠림이 나타나지 않았다. 속도에 따라 앞뒤 바퀴의 회전을 제어하는 속도 감응형 파워 스티어링 기능 덕분으로 벤츠 특유의 안정된 승차감을 느끼게 했다. 시속 70㎞의 속도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몸이 앞쪽으로 튀어나갈 것에 대비해 몸에 힘을 주었지만 오히려 차는 바닥에 가라앉는 느낌을 주며 별다른 쏠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한번 속력을 높인 뒤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똑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첨단 사양인 어댑티브 브레이킹 시스템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이 차를 사고 싶다.” 차에서 내리며 드는 생각이다. 하지만 역시 메르세데스-벤츠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이그제큐티브 모델이 5,990만원, 아방가르드 모델은 7,090만원이라니. 시승기를 마친 기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 유일한 부담으로 남은 뉴 E200K를 자꾸 뒤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