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정은 회장, 무언속 對北사업에 강한 의지… 조문으로 실마리 풀듯

[김정일 사망 이후] ■ 현대그룹 표정<br>이번 상황 매우 심각 판단 외부 접촉 극도로 경계<br>'묵언'으로 일관 했지만 포기못할 사업 의지 드러내

대한민국 대북사업의 총대를 멘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의 묵언(默言) 속에서 강한 대북사업 의지가 읽혔다. 20일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 사옥 1층 로비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대면한 현 회장의 모습은 수척했다. 고심이 깊은 얼굴이었다. 강력한 지도력을 가졌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새로 이뤄질 북한 지배체제를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 현 회장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대북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현대그룹의 수장이다. 지고 있는 마음의 짐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전에도 수차례 봤던 현 회장의 얼굴이 유독 어두워 보였던 까닭이다. 현 회장은 이날 낮12시15분 외부일정을 위해 나서다 기다리고 있던 기자와 만났다. 기자는 현 회장에게 대북사업 의지가 변함없는지 물었다. 현 회장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정면을 바라보며 곧장 사옥 출입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전용차량에 올라탔다. 어두운 색의 치마 정장 등 옷차림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깔끔했지만 현 회장의 얼굴은 눈에 띄게 수척했다.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사업 중단이나 지난해 천안함 사건 등 굵직한 고비를 수차례 넘긴 현 회장에게도 이번 상황은 예사롭지 않은 듯했다. 예전 기자들과 만날 때 대북사업 의지만은 변함없이 밝히던 현 회장이었다. 그의 표정 없는 얼굴도 현대그룹이 느끼는 긴장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를 반영하는 듯했다. 현대는 실제 이날 그룹 안팎에서 외부의 접촉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현 회장이 외출에 나선 시간 역시 기자가 로비에 있다는 보고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늦었다. 현 회장은 점심 약속이 있을 경우 대개 11시40분 이전에 사무실을 나선다. 이날 현 회장이 로비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평소에 비해 35분가량 지연된 시간이었다. 현 회장이 로비에 나오기 전 보안담당 직원들은 기다리던 기자의 소속 등을 확인하며 기자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보고하는 듯했다. 현 회장이 나서자 보안담당 직원들은 유례없이 기자의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 특히 보안 직원도 예민한 상황을 의식한 듯했다. 현 회장의 금강산 관광 재개를 포함한 대북사업 복원 의지는 김 위원장 조문을 통해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민간의 조문은 허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현 회장은 이날 기자와의 대면 직전 보도자료를 통해 김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업지구 협력사업을 열어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노력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타계에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며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의 예의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가 변함없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알리는 동시에 허락될 경우 조문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북사업은 현대그룹에 일종의 그룹 정체성과도 이어질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뜻이 담겨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구체화된 것도 1998년 정 명예회장이 1,001마리의 소 떼를 끌고 방북하면서부터다. 정몽헌 회장도 2000년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현대가 대북사업권을 보장받는 내용을 골자로 한 7대 합의서를 담판 지은 바 있다. 이에 현 회장도 8월 정몽헌 회장의 8주기 당시 기자들을 만나 변함없는 대북사업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에는 물론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주력 계열사가 있지만 현대아산이 가진 의미는 남다르다"며 "북한의 상황에 따라 대북사업이 결정되는 만큼 이번 상황의 전개에 따라 현대 대북사업의 향방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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