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대학살 시작되나’ 긴장/9개 종금 폐쇄방침 파장·업계 반응

◎정부 ‘자구·합병통한 회생불능’ 판단/업계 ‘현 위기상황 잇단 정책실기탓’/시장안정 고려 단계적 조치 바람직재정경제원이 업무정지 명령을 받은 9개 종금사의 폐쇄 결정을 내리자 금융계에 일파만파의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태국이 IMF 압력에 눌려 무려 56개 금융기관을 한꺼번에 폐쇄시켰다는 사실에 비추어 국내에도 바야흐로 「금융기관 대학살」의 수순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지난 17일 『이달초 업무정지 명령을 받은 9개 종금사의 경우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폐쇄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혀 종금사 처리를 바라보는 정부 시각의 일단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종금사의 경영상태가 나빠 자구노력이 어려운데다 인수합병을 통한 회생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덧붙여 사실상 폐쇄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문제는 이같은 정책방향에 대해 해당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기관 폐쇄조치가 몰고올 파장을 간과한 채 정부가 너무 쉽게 IMF 요구에 굴복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취해온 정책결정 과정 때문에 이같은 비판론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까지만해도 부실규모가 큰 1개 종금사만을 폐쇄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IMF의 요구가 거세지자 느닷없이 9개 종금사를 선정, 업무정지 명령을 내렸다. 대상 종금사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조차 불분명했고 파급영향에 대한 사후대책 역시 전혀 강구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과는 곧바로 금융시장 마비라는 부작용으로 드러났다.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면서 콜시장이 사실상 기능마비 상태에 들어갔고 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랐다. 정부는 서둘러 은행권에 콜자금 공급을 독려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 지속됐다. 사태가 악화되자 정부는 더이상의 종금사 업무정지는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뒤집고 또다시 5개 종금사의 업무를 정지시키는 추가조치를 발동했지만 상황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업무가 정지된 종금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보여온 정책실기 사례에 비추어 일방적인 종금사 폐쇄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지 의문스럽다』며 『정부가 IMF 압력에 밀려 9개 종금사 폐쇄를 강행할 경우 이번에는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연말까지 각사별 자구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해 놓고 이제와서 일방적인 폐쇄방침을 언론에 흘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 『IMF와의 협상도 중요하지만 우선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단계적인 조치를 강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현재로선 9개 종금사가 자체적으로 회생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정책실기로 상황이 악화되는 바람에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무책임하게 폐쇄 불가피론만 펼칠게 아니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검토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단계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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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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