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8월 8일] 'PD 히포크라테스 선서' 절실

[데스크 칼럼/8월 8일] 'PD 히포크라테스 선서' 절실 양정록 jryang@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연예기획사의 방송사 PD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국장급 이상 고위급이 포함된 예능 PD들이 모 기획사 측으로부터 주식을 헐값으로 취득한 단서가 검찰에 포착돼 PD들을 소환, 조사했다. 또 기획사 관계자들이 방송사 PD들과 접대성 도박을 벌였다는 첩보를 접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PD들이 기획사로부터 경비를 지원 받아 강원랜드나 마카오 등지에서 도박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수사를 벌여 왔다. 한마디로 ‘도덕 불감증’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방송사 PD들이 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수뢰의혹이 있는 PD들이 만든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우리의 청소년들이 주로 보고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이어서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이같이 연예기획사와 방송사들의 유착관계가 지속된다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유능한 인재가 설 땅이 거의 없어진다는 것이다. 기획사에서 돈은 물론 주식ㆍ도박로비 등을 앞세워 추천한 소속사 멤버들이 실력은 뒷전이고 방송사 PD들을 등에 업고 서로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에 도맡아 출연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탤런트적 기질이 다분한 인재들은 출발도 하기 전에 하차하는 불운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대부분 그렇지는 않지만 이 같은 비리 PD들이 많으면 우리 대중 문화의 질을 되돌려놓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프로그램의 질이 저하돼 시청자 수준도 멋모르고 같이 동반 하락돼 질 낮은 대중문화를 형성할 게 뻔하다. 실제 한두명의 PD가 캐스팅이나 선곡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캐스팅과 선곡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질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 지난 1980년대부터 TV의 대중화로 PD의 영향력이 커져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이 매년 터지고 4~5년 주기적으로 검찰수사가 반복되고 있다. 검찰의 연예계 비리수사는 대부분 PD 한두명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문제를 봉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이런 일이 재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사법처리를 받은 해당 PD들이 몇 년 지나면 버젓이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연예기획사 측은 고기 맛을 아는 이 같은 비리 PD들에게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 벌떼처럼 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마디로 방송사의 자체 징벌이 없다는 반증이다. 아무리 유능한 PD라도 기획사 등에 의한 금품수수 등으로 구속이 되거나 사법처리가 됐다면 다시는 그와 유사한 프로그램 제작을 못하게 해야 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실제 비리와 연루된 국장급 PD를 포함한 일부 PD의 경우 재범, 3범, 4범 등이 수두룩하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방송사 사장이 중심이 돼 전혀 다른 보직으로 발령을 내는 등 징벌의 수위를 강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방송사마다 자신들이 만든 ‘방송윤리규정’을 스스로 엄격하게 지키고 여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 초반 각 방송사마다 노조가 생기면서 방송윤리규정을 만들었으나 어느 방송사도 그에 대한 교육을 시키기는커녕 유명무실한 규정이 된 지 오래다. 같은 전문직인 의사의 경우 ‘의학의 아버지’ 혹은 의성(醫聖)이라고 불리는 그리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라는 의사의 윤리적 지침이 있다. 의사가 될 때 선서를 하는 것인데 의사의 경우에는 이 같은 윤리규정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선서내용 중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 의술을 베풀겠노라’는 구절이 있다. 비리와 관련돼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일부 PD들에게 과연 양심적으로 출연자들을 캐스팅은 했는지, 공정하게 선곡을 했는지 되물어보고 싶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PD들이 겉으로는 스타를 찾아간다고 하지만 은밀하게 뒷거래를 통해 캐스팅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PD의 경우 외부의 유혹이 많은 직업인 만큼 스스로 만든 윤리규정을 저버리지 않고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저마다 갖고 있어야 차제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PD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언제쯤 제대로 발효될지 궁금하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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