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G카드, SK재판 우려] 템플턴, 제2소버린 되나

`템플턴, 제2의 소버린이 될 것인가`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템플턴측의 지분매입이 경영권 인수보다는 단순투자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희망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으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SK㈜의 지분매입을 통해 SK그룹의 경영권을 좌지우지 했던 소버린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템플턴의 전격적인 LG카드 지분매입이 지난 4월 소버린의 SK㈜에 대한 지분매입 과정과 유사한 점이 많다. LG카드는 사실상 `관(官)주도의 정상화`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4월의 SK글로벌 사태와 비슷하다. 만일 템플턴이 소버린처럼 LG카드의 경영에 간섭하고 나설 경우 LG카드의 정상화작업은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격적인 지분매입, 소버린과 비슷=템플턴과 소버린의 가장 큰 유사점은 바로 전격적인 지분매입과정이다. 템플턴은 지난달 중순 이후 꾸준히 LG카드 지분을 매입해 지난 3일까지 지분율을 8.97%로 높였고, 지난 4,5일 이틀간 매수규모를 늘려 지난 9일 전체 지분율을 11.35%로 확대했다. 소버린의 SK㈜지분매입도 보름 남짓의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 소버린은 지난 3월27일부터 4월14일까지 지분율을 14.99%로 끌어올렸다. 소버린이 매집한 SK㈜의 지분은 14.75%에 불과했지만 SK㈜를 사실상 장악했다.특히 외국인 대주주의 지분율이 15%이상인 기업의 경우 이동통신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도 이용해 SK텔레콤에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캐스팅 보트 노리는 듯=소버린의 SK㈜ 지분매입후 시장의 관심은 소버린의 `입`에 모아졌다. 소버린이 SK그룹에 대한 지배구조 문제를 언급할 때 마다 주식시장은 출렁거렸고, 그 결과 한달만에 600억원 이상의 투자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실제로 소버린은 SK㈜의 경영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아 단순한 `주가 띄우기`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업계는 템플턴의 LG카드에 대한 투자도 소버린과 같은 `캐스팅 보트`를 노린 전략이 아닌가 분석하고 있다. 일단 단일 최대주주가 돼 LG카드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한 후 LG카드의 구조조정에 개입,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는 관측이다. LG카드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투자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한 사실상의 `알박기`전략으로 보인다”며 “국내 카드시장이 살아났을 때 큰 시세차익을 챙기기 위한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템플턴의 최대주주 부상이 LG카드의 증자를 위한 주식가격 결정의 기준일(10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LG그룹이 원활한 증자추진을 위해 템플턴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영정상화 차질 우려=문제는 템플턴이 단순 투자목적을 넘어 경영에 직접 개입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LG그룹이 LG카드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실상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운명을 맡겼지만 템플턴이 자신들이 이익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LG카드의 경영정상화에 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입장이 LG카드를 살리는 방향으로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템플턴이 큰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향후 매각작업 등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템플턴이 부담스러운 존재로 등장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템플턴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의도를 파악할 방침”이라며 “필요할 경우 템플턴과의 접촉도 시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LG카드의 경우 SK㈜와는 달리 그룹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소버린처럼 시장을 크게 뒤흔드는 등의 사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우기자, 조의준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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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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