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5월 18일] 유로화 하락은 유로존 경제에 유리

유로존 국가들의 공공부채 확대에 따른 재정위기는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유로화 하락은 대다수 유로존 국민들의 불만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현 유로화 하락 현상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 비록 최근 몇 주 동안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지만 유로화 하락은 유로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런던주식시장에서 유로화는 1.24달러에 마감돼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유로화는 1유로당 0.85파운드와 165엔에 거래되는 등 다른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였다. 총거래로 환산하면 유로화는 지난달에 비해 5%, 6개월 전과 비교하면 11% 하락했다. 유로화가 이처럼 인기를 얻지 못하는 근거는 수없이 많다. 지난주 발표된 유로존 국가들의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비틀거리는 유로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또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디폴트 가능성마저 제기되며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은 유로존에서 자산을 속속 빼내고 있다.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비범한 결정은 인플레이션 공포만 키웠다. 유로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요인은 이처럼 충분했다. 그러나 현재의 '약세'를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일반적 기준으로 봤을 때 유로는 여전히 강하다. 1999년 1월 유로화가 처음 도입됐던 당시와 비교해도 유로화는 여전히 6%나 높다. 지금까지 유로화의 평균 가치보다도 높다. "통화의 명목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인식은 유로 약세가 오히려 유로존에 축복이 될 수도 있다는 진실을 은폐한다.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강한' 유로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고집이다. 유로화 약세는 유로화 경쟁력의 또 다른 말이다. 유로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저렴한 유로화는 수출가격을 점점 싸게 만들 것이다. 이는 약점이 아니다. 모든 유로존 국가의 수출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정체돼 있는 유로존의 무역 수지를 흑자로 돌아서게 할 것이다. 보이지도 않는 문제점들을 자꾸 끌어내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을 게 아니라 지금은 중요한 문제에 접근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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