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이 스페인 엘보니요에 설치한 7MW급 태양광 발전설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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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조선 1위 현대중공업은 경제위기 속에서 비조선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있다.
향후 3~4년치 조선 일감은 이미 확보해 놓은 만큼 수주가뭄 속에서 저가수주에 매달리기 보다는 전기전자, 엔진기계, 녹색산업 등 비조선 사업 강화를 통해 탄탄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0% 가량 늘어난 10조8,2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비조선사업부 매출은 전체 매출의 57%로 조선사업부의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2007년 조선사업부 매출 비중이 50% 이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비조선사업 비중이 훨씬 커진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비조선사업 부문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태양광발전. 이 회사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폴리실리콘부터 발전소까지 태양광발전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충북 음성에 건설하고 있는 제2공장이 내년부터 본격 가동되면 이곳에서만 약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측은 올해 10월부터 모듈 생산규모를 연간 200MW로 확대하고, 제2공장 설립 후에는 태양전지 생산규모를 330MW까지 늘릴 계획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탈리아와 더불어 태양광 세계 1위 시장인 독일에서 태양광 모듈을 대규모로 수주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며 "지난 6월초에는 국내 최초로 미국안전규격(UL)을 획득해 미국 등 북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로봇사업도 비조선 사업부문의 강력한 성장 동력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7년 5세대 LCD 운반용 로봇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2년 만에 6세대, 8세대 로봇 개발에 차례로 성공했다.
점차 대형화하고 있는 LCD 시장 동향에 맞춰 10세대 이상 로봇도 개발 중이며 오는 2011년에는 가장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진공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로봇 분야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의료용 로봇에도 진출했다. 지난 7월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중 '인공관절 수술로봇 국산화 과제' 참여 기업으로 선정된 것.
회사측은 오는 2010년까지 인공관절 수술 로봇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의료용 로봇은 첨단 고부가가치 분야로 오는 2014년 세계 시장 규모가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녹색산업 시장에도 새로 진출했다. 지난 2월 전라북도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올 8월말 군산 군장국가산업단지 내 13만2,000㎡(약 4만평) 부지에 총 1,057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장을 설립키로 한 것.
현대중공업은 이 공장에서 1.65MW급 풍력발전기를 연간600MW(주택 20만 가구 사용분) 규모로 생산해 주로 미국과 중국, 유럽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풍력발전기 생산규모를 오는 2013년까지 연간 800MW로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4월에는 러시아 연해주 소재 하롤 제르노(Khorol Zerno) 영농법인의 지분 67.6%를 인수하며 농업분야에도 진출했다. 하롤 제르노사가 보유하고 있는 농장은 약 1만ha(약 3,000만평) 규모로 여의도 넓이의 33배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은 이 농장에서 전체 농지의 3분의1만 경작하는 친환경 윤작농법을 채택하고, 2014년에는 연간 총 6만톤의 옥수수와 콩을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된 농산물은 대부분 국내에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축산사료 수급 불안정 및 급격한 가격변동 해소에도 도움을 줄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이 농장에 상주 임원과 직원을 파견해 경영 효율을 높이고 오는 2012년까지 4만ha의 농지를 추가 확보해 영농규모를 5만ha(1억5,000만평)까지 넓힐 예정이다.
조선부문에서도 녹색산업 시장진출을 통해 불황극복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밸러스트 수처리 시스템인 '에코 밸러스트'를 탑재한 컨테이너선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것. 밸러스트 수는 선박의 평형을 유지하고 최적의 속도와 효율을 내기 위해 배의 일정 장소에 넣는 바닷물이다. 관련 시장 규모가 최대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신규 선박 수주가 단 한건도 없지만 비조선부문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침체가 끝난 후에는 경기에 민감한 조선부문 의존도가 더욱 낮아져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