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카다피 이후 리비아] "아랍 민주화바람 예외지역 아니다… 한국경험 바탕 新외교를"

■ 전문가 '리비아 혁명' 진단<br>경제난·권력 부패가 원인… 후임정부 빈곤 해결 못할땐 또다른 폭압정권 나올수도 <BR>민주화·근대화 모델 전수 등 새로운 호혜관계 설정 필요


리비아 반군 지도부의 사실상 승리 선언으로 중동 지역에 민주화 바람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지역 고유의 정치ㆍ문화적 토양으로 인해 '민주화가 뿌리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예외주의(Exceptionalism)적 비관론을 불식시키고 새로운 아랍 민주주의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것이 중동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 역시 포스트 아랍 체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외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민주화 경험은 아랍권과 전략적 협력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리비아 반군 대표기구인 국가위원회(NTC)의 지도자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의 22일 '카다피 시대 종언' 선언은 중동 지역에서는 '민주화가 불가능하다'는 예외주의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조정현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사실 아랍은 민주화의 예외 대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는데 이번 리비아 혁명은 아랍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다시금 확인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슬람 고유의 정교(政敎)일치 주의 ▦부족주의(tribalism)의 전승 ▦부존자원 의존 가능 등의 정치ㆍ경제적 환경으로 민주화가 중동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예외주의'의 요체다. 비록 이번 리비아 혁명이 다국적군의 개입이라는 외세의 힘을 빌리기는 했지만 ▦권력의 절대 부패 ▦경제 피폐 및 삶의 질 저하 등에 대한 분노와 이에 따른 시민들의 민주화 갈망이 강력한 동인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한바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팀장은 "리비아의 경우 못사는 동부 지역 부족들과 잘 사는 카다피 배후 세력들(서쪽 지역)의 빈부 갈등이 민주화 혁명으로 이어진 케이스"라며 "경제적인 생활고가 심각한 상황에서 카다피의 폭정이 반정부 운동의 가장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동의 최근 혁명 물결이 곧장 아랍 민주화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임 독재 정권이 거센 저항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경제난이다. 실제 리비아의 경우 실업률이 30%대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집트 역시 청년층 실업률과 절대 빈곤층이 지난 2010년 현재 각각 42.8%, 16.7%에 달한다. 이 같은 경제적 빈곤을 후임 정부가 해결해주지 못할 경우 최근의 민주화 바람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소지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남식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중동정치ㆍ테러리즘 전공)는 "민주주의가 성숙하려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새롭게 등장한 정부가 당장 잘살게 해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시민들이 다시 거리에 나올 가능성이 있고 좀 더 폭압적인 정권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중동 지역에서의 최근 움직임을 '서구식 민주화'라는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정당ㆍ의회 정치 등 서구식 구조로 들여다 보기보다는 아랍 특유의 정치발전 일환으로 최근의 중동 정세를 이해하는 게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태인 외교통상부 아프리카중동국 심의관은 "중요한 것은 향후 정국에서의 주된 정치 플레이어가 누가 될 것이냐고 리비아에서의 주된 정치 세력인 부족들이 사회안정을 이루는 것도 정치발전"이라며 "각국의 정치 상황에 맞는 협의체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중동 민주화 움직임이 우리나라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한국의 민주화 경험이 신(新)아랍 정치 세력과의 전략적 관계 구축에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 교수는 "이집트의 경우 한국의 근대화 및 민주화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협력 구상을 통해 대중동의 전략적 협력을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며 "우리의 민주화 경험을 어떻게 전수해줄 수 있는지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식 모델의 기계적 주입이 아닌 중동 사정에 적합한 정치 모델 설립에 우리나라가 적극 참여함으로써 지금껏 에너지 공급ㆍ건설 시장 중심의 단편적인 관계를 넘어 보다 새로운 호혜관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또한 경제적 실리 추구와 국제적 의무, 글로벌 정치 역학 관계 등을 감안해 중동 내 한국의 역할을 새롭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심의관은 "우리의 대중동 최대 이슈인 건설 수주 및 석유 등과 관련해 경제적 실리를 챙겨 나가는 한편 평화유지 등 국제 의무를 다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ㆍ유럽 등 중동에서 각기 다른 생각을 지닌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관계도 감안해 한국의 위상을 확립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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