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국으로 출국한 정몽구 회장이 입국하겠다는 입장을 검찰에 공식 통보함에 따라 정 회장과 그룹측이 이번 수사와관련해 언제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이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 대한 소환 방침을 밝힌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그룹 최고위층의 비리사건 연루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룹이나 오너 일가의 수습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수사와 관련한 수습책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그동안 비리사건 등에 연루됐던 국내 주요 그룹이나 오너의 전례 등에 비춰보면 정 회장이나 그룹이 검찰 수사 대응방안이나 향후 수습책 등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현대차 수습책은 =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귀국하는 시점이나, 또는 귀국후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을 전후해서 다양한 수습책을 내놓을 공산이큰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정 회장이 귀국하면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사과나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밝히고 신속한 후속 조치 천명 등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지난 2월 귀국때 공항에서 귀국 소감과 건강 문제 등을 밝히면서 "작년 1년간 소란을 피워 죄송하게 생각한다. 전적으로 책임은 나 개인에게있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말로 사과를 했었다.
이와 함께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한 수습책도 금명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습책에는 이번 검찰 수사에서 경영권 승계의 논란이 된 글로비스 등 정 회장이나 정의선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주식을 내놓거나 사재를 포함한 상당금액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의 경우 사회에 헌납키로 한 8천억원을 이 회장 일가와 계열사들이 설립한장학재단 기금 4천500억원과 지난해 사망한 이 회장의 막내딸 윤형씨의 재산 등 이회장 일가의 3천500억원을 출연해 조성키로 했고 최태원 SK㈜ 회장은 당시 분식회계에 따라 진행되는 워크아웃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인재산을 담보로 제공한 바 있다.
정 회장은 현재 현대차 지분 5.20%(1천139만5천859주. 6일 종가 8만7천200원),현대모비스 7.91%(677만8천966주. 8만4천500원), 현대제철 12.58%(1천68만1천769주.2만9천550원), 글로비스 28.12%(1천54만5천540주. 4만1천950원) 등을 갖고 있다.
또 정 사장은 현대차 주식 6천445주와 기아차 1.99%(690만4천500주. 2만650원),글로비스 31.88%(1천195만4천460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또 비상장 건설 계열사인 엠코와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에는 정 회장이 10%와 20%,정 사장이 25.06%와 40%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부품업체들에 대한 납품가격 인하로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해 재계의 '양극화' 해소 동참 분위기에 편승하는 의미에서 중소기업과 협력회사의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방안도 강구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제를 도입해 경영 간섭을 차단하거나 글로비스 상장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기획총괄본부를 축소하고 윤리.투명경영 조직을 강화하는 방안도 수습책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정 회장이 아예 퇴진하거나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뒤 그동안의 대외 인지도 등을 감안해 해외 사업에만 전념키로 하는 등의'극약처방'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에서 정 회장 일가의 관련 비리혐의가 아직 공식적으로드러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대국민 사과나 수습책을 성급히 내놓지 않을 수 있다는관측도 적지않다.
◇ 삼성.SK.두산 등 주요 그룹의 선례는 = 불법 대선자금 제공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안기부 'X파일' 파문 등으로 물의를 빚은 삼성그룹은 이건희회장이 출국 5개월만인 지난 2월4일 귀국한 뒤 사흘만에 '종합선물세트'를 내놓았다.
삼성은 먼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 8천억원을 '조건없이' 사회에 환원하고기존에 해왔던 사회공헌 활동도 규모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또 그동안 '삼성공화국론(論)'의 빌미가 됐던 그룹 법무실을 분리.축소하는 등그룹 구조를 개편하고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한 공정거래법 관계조항에 대한헌법소원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등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키로 했다.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은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통해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경영진은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동안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와 국민들께서 지적해 왔던 삼성의 여러 현안에 대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와 같은 방안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형제의 난' 이후 총수 일가가 위장 계열사를 동원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생활자금으로 사용하는 등의 혐의에 연루된 두산그룹은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지난해 11월4일 박용성 회장이 그룹 회장직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사임하고 박용만 그룹 부회장도 동반 사퇴, 계열사 부회장직만 유지키로 했다.
두산그룹은 또 이날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의 사퇴에 따라 각사 사장들을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를 발족, 그룹 차원의 현안을 논의해 결정하는 역할을담당하고 선진적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수립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두산은 이어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인 올해 1월19일에는 지배구조 개선로드맵을 발표, 모회사인 ㈜두산을 3년내 지주회사로 바꾸고 각 계열사는 과거 그룹형태의 지배구조에서 탈피한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을 수행키로 했다.
두산은 또 각 계열사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회사별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룹회장제를 폐지키로 했다.
SK그룹은 대규모 분식회계 혐의가 적발돼 2003년 2월22일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고 6월13일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인 그달 18일 '기업구조개혁방안'을 발표했다.
SK는 당시 "SK글로벌 문제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있으며,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개선활동을 통해 고객과 주주, 임직원과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사회적 약속"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SK는 이를 위해 구조조정추진본부는 해체하고 최소한의 계열사간 조정업무는 에너지 화학과 정보통신 등 양대 주력사업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SK㈜와 SK텔레콤이 분담해 수행키로 했다.
SK는 또 대주주는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정착시키는 한편 사외이사의 내부거래 감시제도 등을 통해투명경영체제를 정착시키고 윤리헌장 제정과 이사회내 윤리위원회 설치 등 윤리경영의 수준도 높인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