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율 2% 가까이 급등] 외환시장 ‘녹아웃’ 외국인에 또 당했나

외국인들의 `내부자 거래`에 완전히 당하고 만 것인가. 지난주말부터 급상승 커브를 그리기 시작한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11일 무디스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치 하향조정 발표 후 무려 2% 가까이 치솟자 국내 딜러들 사이에는 이 같은 탄식이 터졌다. 역외시장에서 거래하는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지난 주말부터 대거 달러 선취매에 들어간 것은 무디스의 정보를 미리 파악한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어쨌든 뒤통수를 맞은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또 한번 큰 손해를 보게 됐다. 주식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환율상승이 시작된 지난 7일부터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무려 1,368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당했다`고 느낀다”며 “확실한 정보가 없는 한 지난 주말부터 3일간 이어진 외국인 큰손들의 일사불란한 달러 매집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 투기세력에 `당했다?`=한 외국인 딜러는 11일 무디스 발표 직후 환율이 폭등하자 “이번에도 서울 외환시장은 `오프쇼어 플레이어(offshore-playerㆍ역외시장에서 원ㆍ달러거래를 하는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에게 녹아웃당했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그는 “서울의 딜러들은 정보 사각지대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한 `정보`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전망치 조정을 의미한다. 이미 역외시장에서 거래하는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확실한 짐작`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난주초 이 정보가 그대로 돌았지만 정부의 부인속에 묻혀졌고, 결국 정보가 `사실`로 확인된 지난 주말부터 외국인들이 달러 매집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게 이 외국인 딜러의 단정적인 추측이다. 그동안 이런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외환위기로 국가 부도사태에 직면했던 이후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조정에 민감해지면서 시장이 여러 차례 출렁였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신용등급이 최저로 떨어졌던 98년은 물론이고 99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디스나 S&P 등의 신용등급 조정이 있을 때마다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기민했다”며 “이번 3일간의 환율 급등은 그 폭이 유난히 컸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주식시장에서 순매도=이달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연일 순매도로 일관했고 지난 주말에는 순매도가 정점에 달했다. 이 같은 외국인들의 순매도는 원화환율(미국 달러에 대한)에도 영향을 줬다. 외국인들의 이 같은 주식순매도는 11일 오전까지도 지속됐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무디스의 전망치 조정 발표가 나오면서 다시 자금을 동원해 주식을 사들이다 막판에 다시 매도로 돌아섰다. 결과적으로는 순매도를 해 이들이 내부정보를 미리 확보해 주식이나 원화를 사고 팔았다는 확증은 없으나 그동안 수차례의 경험으로 볼 때 이번에도 `당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원화 약세 `북핵`이 변수=이날 `국가신용등급 전망치 하향조정`이라는 `재료`가 공개돼 불확실성이 사라진 이상 원화약세의 여진(餘震)은 길어야 하루이틀 정도라는 게 외환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씨티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상승의 근원적인 요인인 북핵문제가 어느 쪽으로 튀느냐에 따라 중장기적인 환율 흐름은 달라지게 된다”면서도 “투기적인 달러 선취매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뒤쫓아 달러 매수에 나선다 해도 환율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은행 딜링룸 관계자도 “11일 밤 역외시장에서의 원ㆍ달러 거래 동향이 변수지만 폭등세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핵문제가 저변에 있는 만큼 달러가 갑자기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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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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