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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4弗짜리 '빅맥' 진짜 값어치는 200弗?

■ 경제학의 배신 (라즈 파텔 지음, 북돋움 펴냄)<br>정부 보조금·노동자 임금등 사회·생태적 비용 포함안돼<br>제품 가치 제대로 반영 못하는 가격 중심적 사고의 함정 지적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는 지구촌 곳곳에 불씨를 남긴 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한 2008년 10월 미국 하원 정부개혁 및 감독위원회의에서 진행된 청문회에서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40년간 자유롭고 경쟁적인 시장이 경제를 이끌어가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시스템에서 결함을 발견하게 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옥스퍼드 대학과 코넬 대학 등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영국의 경제학자인 저자는 "가격만으로 모든 것의 가치를 매기는 시장주도적 관점이 실패했는데도 경제ㆍ식량ㆍ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 가격 중심적 가치관이 적용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이제는 '가격'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사고 방식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가격 중심적 사고가 갖는 함정에 대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자유 시장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마치 집단적으로 '안톤의 실명(Anton's blindness)'의 증세를 보이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안톤의 실명'은 두뇌 손상 이후 일어날 수 있는 희귀한 의학적 증상으로, 시력을 잃고서도 자신이 볼 수 있다고 확신하는 질병인식불능증이다. 저자는 "안톤의 실명을 앓는 사람들은 몸에 멍이 들거나 상처가 생겨도 시력 이상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서툴거나 방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시장 경제의 능력을 맹신하면서 '가격' 중심의 시스템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다른 대안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이처럼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시장 경제의 허점을 간과하면서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가격이 제품의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200달러짜리 햄버거'를 예로 들어 가격에 근거한 경제학의 오류를 지적한다. 맥도널드의 빅맥은 한 개에 4달러에 팔리고 있지만 사회적ㆍ생태적 비용을 포함하면 가격이 200달러가 돼야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맥도널드 햄버거의 쇠고기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보조금(2006년 46억 달러)을 받는 옥수수로 사육하고 연평균 1만 5,000달러의 낮은 임금을 받는 패스트푸드 업계 노동자에 대한 의료 및 식료품 보조금 등을 포함한 비용이다. 빅맥의 진짜 가치는 4달러라는 가격표 뒤에 숨어 있다. 결국 기업은 사회 전체가 감당할 비용을 내지 않을 뿐 아니라 다양한 보조금까지 받고 있으며 미국의 소비자는 자신이 낸 세금으로 값싼 햄버거의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논리다. 저자는 자유시장 경제가 갖고 있는 심각한 결함과 오류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가치'와 '도덕'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의 비전을 성취할 수 있으며 이는 '욕구나 욕망'이 아닌 '복지를 위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서 사물의 실제 가치를 찾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금이 우리가 누리가 있는 세상과 대강이나마 비슷한 세상을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하는 저자는 "인간이 이기심뿐 아니라 이타심과 공정성에 대한 욕구 또한 갖고 있는 만큼 이러한 본성을 통해 가치 중심적 사회로 복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해 초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던 이 책은 위기에 봉착한 자본주의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1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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