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기업의 생존과 유한회사


최근 유한회사의 설립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세계 굴지 다국적 기업의 한국법인인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 휴렛팩커드(HP), 애플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구글코리아, 한국 오라클 등이 유한회사로 운영 중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원실업이 지난 2009년 말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2012년 말 현재 유한회사는 2만여개로 2007년 이후로는 연평균 9.1%씩 늘었다. 특히 2012년 4월 개정상법이 시행되면서 유한회사 설립과 운용이 더욱 수월해졌다. 법무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대폭적인 규제 완화 조치를 시행한 덕분이다. 종래에는 유한회사의 사원(주식회사의 주주에 해당)이 50인을 초과할 수 없었는데 개정상법에서는 제한이 사라져 이제는 사원 1명 이상이면 유한회사 설립이 가능하다. 총자본금이 1,000만원 이상이어야 하던 것이 폐지돼 100원의 자본금만 있어도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사원은 회사 채권자에 대해서는 출자한도 내에서만 법적인 책임을 진다. 사원의 지분 양도는 정관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주식처럼 자유롭다. 유한회사에서는 이사를 한 명만 둬도 되고 이사가 회사를 대표하고 업무 집행도 가능한 이사가 여러 명이면 대표이사를 둬야 하지만 정관에 대표이사를 두지 않기로 정할 수도 있다. 이사회제도란 아예 없고 사외이사도 필요 없으며 감사는 두지 않아도 좋다.

기업의 지배 구조가 간단하다 보니 경영이 자유롭다. 무엇보다도 주식회사가 아니므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아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고 재무제표를 공시 혹은 공고의 의무도 없고 결산법인의 감사 보고서 및 사업 보고서 제출 의무도 없다. 따라서 외부감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외부에 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적어 외부 시선에 신경을 덜 써도 된다.


유한회사의 단점은 공모에 의한 투자 유치가 금지돼 있고 지분을 유가증권화할 수도 없다. 굳이 외부 자본을 유치할 필요가 없는 회사의 경우 주식회사를 설립할 이유가 없다. 개정상법은 새로운 회사 형태로 유한책임회사제도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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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한회사를 다시 규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특히 외국 다국적 기업의 한국법인이 유한회사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인상이 나빠진 것 같다. 제도의 맹점을 활용해 막대한 과실을 거둬 본국에 송금하면서도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회계가 불투명하고 사회적 책임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이 너무 미약하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터무니없는 비난이다. 제도의 맹점이 아니라 상법에서 그렇게 하라고 한 것이다. 독일의 경우는 유한회사의 비율이 전체 회사의 90%에 이른다. 회사를 설립했다 하면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유한회사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우리 기업인이 오히려 배워야 할 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법적 책임이 아니며 법률로 강제할 성질도 아니다. 성실하게 납세하고 고용을 창출하면 그것만으로도 일단 기본은 하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높은 대출 문턱, 정책 금융과 조세 지원 등 혜택의 축소와 시장 진입 규제, 세무ㆍ회계감사 등 각종 규제와 부담 증가 등의 애로에 부딪힌다. 나아가 기업이 상장하면 많은 규제와 상장 유지 비용 탓에 자발적 상장폐지도 잇따른다. 상장회사의 경우 주주들 간섭으로 신속한 결정이 어렵고 불황에 자금 조달도 안돼 2012년에도 자진 폐지가 여러 건 있었다. 늦게나마 우리 기업들이 유한회사를 설립하거나 유한회사로 조직을 변경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다. 기업의 생존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기업인에게 주어진 법적ㆍ제도적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백안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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