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10일] '좌고우면'에 빠진 우리금융 민영화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언제 발표하나요?" "글쎄요. 회의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주도하고 있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의 답변이다. 시장에서는 이달 중순께 정부의 지분매각 공고를 시작으로 우리금융이 본격적인 민영화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저 시장의 기대일 뿐이다. 정부는 아직 입장 정리조차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재시동이 걸린 지 반년이 지났지만 진행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지난 2001년 3월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 주식의 100%를 갖게 된 이후 9년이 흐르는 동안 정부는 고작 주인 찾아주기와 다소 거리가 있는 지분 34%을 처분한 후 '동작 그만'이다. 우리금융에 쏟아부은 공적자금 12조8,000억원 가운데 회수된 돈은 고작 4조원 남짓이다. 정부는 2001년 우리금융그룹을 출범시키면서 '4년 내 민영화'를 약속하고 금융지주회사법에도 매각 시한을 의무조항으로 넣었다. 그러나 2005년 시한연장을 거쳐 2008년에는 아예 매각시한을 없애버렸다. 금융권에서는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56.9%를 전량 경영권 프리미엄을 내면서 인수할 만한 자금 여력을 갖춘 금융회사는 없다고 보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으로 대기업이 나설 수도 없다. 외국계 투자가 유치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올 하반기에 미국 AIG의 아시아 법인인 AIA생명은 홍콩 증시에 상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공모 규모만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최대 공모물량이라고 평가받는 삼성생명의 4배 수준이다. 시장에 매물이 널렸는데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는 '물건'을 시장에서 받아줄 리 없다. 그동안 정부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론을 얻지 못한 채 시장의 선택에 맡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정부는 이리저리 살피다 결정도 못 내리는 '좌고우면(左顧右眄)'의 실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지배지분을 최대한 빨리 매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보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추진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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