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갈 길 먼 '선진 한국'

세계 속의 한국은 체격은 크지만 체력은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역협회가 발간한 ‘207개 경제ㆍ무역ㆍ사회 지표로 본 대한민국 2004’를 살펴보면 우리 경제가 몸집은 선진국과도 견줄 만큼 성장했지만 작은 외풍에도 취약한 허약 체질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우리 경제는 명목 GDP(국내총생산)로 보면 세계 11위국이고 교역 규모 역시 세계 12위국이지만 국민의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세계 50위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원유수입액이 미국ㆍ일본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고 석유 소비량도 7위로 국제 유가변동에 매우 취약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발연대 이후 고도성장에 힘입어 경제의 외형은 커졌지만 경제의 동맥이나 다름없는 에너지의 해외의존도가 높아 경제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교육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실속 없고 불균형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GDP 대비 교육비는 세계 3위지만 1인당 교육비 지출은 23위에 그쳤으며 미국 유학생수는 대국인 인도ㆍ중국에 이어 3위였지만 토플 평균점수는 109위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공계 졸업생 비율은 세계 1위지만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77개로 13위를 기록했으며 그나마 대기업에 편중되어 있다. 인터넷 대국이라지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비율로 보면 세계 1위지만 정보화 지수는 6위에 그쳤다. 이밖에 투명성 지수는 35위였으며 삶의 질 역시 34위로 변변치 못했다. 결국 지표를 통해 들여다본 ’세계 속의 한국’은 평소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임을 보여준다.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라는 외끌이로 그나마 버티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무역의존도가 83위로 매우 높고 무역수지 흑자도 19위에 지나지 않았다. 무한정 수출만 믿을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따라서 참여정부가 해야 할 일도 보다 분명해졌다. 각 분야의 불균형 성장과 무분별한 쏠림 현상에서 비롯되는 역기능을 해소해 경제의 양적 확대 못지않게 질적 개선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실속 없는 세계 최고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주요 부문별 장기목표를 세워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특히 오늘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D램 반도체 매출액, 선박 수주량, CDMA 휴대전화기 생산량 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개선이 중요하다는 ‘세계속의 한국’ 지표는 거듭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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