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화위기 동남아국 대응 ‘제각각’

◎홍콩·성항­외환보유고 무기 “정면대결”/말련·태국­정치논리에 따라 우왕좌왕/필리필 “시장원리대로” 불개입 고수동남아시아에 신판 도미노현상처럼 통화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나 각국 금융당국자들의 대응은 각국의 현실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고있다. 각국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총재, 재무장관등 금융당국자들만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희망이라며 이들의 역량에 큰 기대를 걸고있다. 통화위기 탈출과 경제회복 여부는 그들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올해초부터 시작된 이 지역의 통화위기는 동남아 통화정책 당국자들의 대응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능숙한 솜씨를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고 지적하고있다. 홍콩금융청의 조셉 얌 청장. 49세인 그는 동남아의 통화 도미노가 이어지자 외환투기꾼들과의 한판 싸움에 앞서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다. 그는 『그들은 홍콩에서 모두 타죽을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했다. 얌은 지난달 홍콩의 외환보유고 8백10억달러중 10억달러를 쏟아부으며 홍콩달러방어에 나섰고 단기금리를 인상했다. 막강한 외환보유고를 앞세워 외환투기꾼의 장난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지난 14일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인도네시아의 소드라대드 디완도노 중앙은행총재는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인척이며 동문인 고위 경제관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침착하게 외환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93년 총재로 임명된 그는 장인이 수하르토 대통령의 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군인인 그의 형은 수하르토의 사위다. 이와 함께 지난 60년대부터 이곳에서 경제정책을 수립해왔던 「버클리 마피아」라고 불리는 캘리포니아대 동문인 관료들의 도움도 받고 있다. 골드만 삭스사의 도널드 한나 아시아지역 경제분석가는 『그외에 이런 어려운 상황을 요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말레이시아의 아마드 돈 중앙은행총재는 이 지역의 중앙은행총재중 가장 확고한 균형론자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권한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투자자들은 『도대체 누가 중앙은행이라는 배를 항해하는지 알수 없다』고 불평한다. 성장주의자인 마하티르 총리인지, 중앙은행을 감독하는 안와르 이브라힘 재무장관인지, 아니면 아마드 총재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경제위기 극복 또한 아마드 총재보다는 마하티르 총리의 정치력에 달려있다는 평가다. 필리핀의 가브리엘 싱손 중앙은행총재는 아시아권 중앙은행총재중 최고참이다. 42년간 중앙은행에 근무한 그는 계획경제의 신봉자이며 민주주의자이면서도 독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정부가 중앙은행의 독립, 중앙은행의 시장불개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실물경제가 튼튼하기 때문에 페소화의 급락은 없을 것이라는 그의 말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그의 오랜 경륜과 강한 소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은 리처드 후 재무장관이다. 탁월한 능력을 평가받고 있는 그는 12년동안 싱가포르의 외환시장을 키우고 낮은 인플레율, 높은 성장을 이끄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 싱가포르 금융청(중앙은행)은 최근 외환보유고 8백억5천만달러중 일부를 이용,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태국의 차이야욧 중앙은행총재는 지난 7월29일 통화위기를 해결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취임했다. 하지만 그동안 나타난 그의 업무능력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한 투자자는 『그는 사태를 해결한 대응책을 제시하지못한채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보내고 있을뿐이다』고 꼬집었다.차왈릿총리와 IMF가 위기관리를 도맡았다는 것이다.<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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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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