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사채를 이용해 운전자금을 돌리고 있는 경북 포항의 한 선박기자재 부품공급업체의 C사장은 “사채 금리는 월 1% 정도로 은행 금리보다는 비싼 편이지만 수금이 되지 않아 자금조달이 어려울 때는 사채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며 “최근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 분위기에 맞춰 사채업자들의 어음할인율도 덩달아 오르는 추세라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광주에서 스티로폼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K사장은 은행에서 담보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해 최근 사채를 빌려 쓰는데 “은행에서 공장건물이나 기계 등 담보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기계는 구입가의 30%, 건물은 감정가의 70%만 인정해주는 등 너무 인색하게 평가했다”며 “급전이 필요해 사채를 쓰지만 그나마 이자가 올라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긴축정책으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금리에 이어 사채시장의 어음할인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대출문턱이 높아 사채시장을 찾는 중소기업들이 사채시장에서 구하는 자금의 금리가 오르는데다 그나마 충분한 돈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영세 업체들은 가뜩이나 경기둔화에다 환리스크를 겪고 있는 마당에 차입금에 대한 원리금 부담이 커지는 삼중고에 시달리며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으로 음식료업의 어음할인율은 지난해 11월24일 월 1%에서 최근 월 1.008%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섬유 및 의류업의 할인율도 0.99%에서 0.998%로 0.008%포인트씩 상승했다. 도소매업의 할인율도 같은 기간에 0.997%에서 1.004%로 오름세를 보였다. 건설업의 경우 지난해 11월 어음할인율이 1.053%에서 1.05%로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지만 어음중개업체에 따르면 자금이 대기업 계열의 메이저 건설회사로만 몰리고 있어 중소 건설업체들의 어음할인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만기가 돌아오는 한 중견 건설사의 어음은 부도설까지 돌면서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음중개업체 관계자는 “평균 어음할인율은 대기업 계열의 우량업체까지 포함해 산출하는 것으로 실제 중소기업들의 어음할인율은 상승폭이 더 크다”며 “특히 정부가 부동산시장 규제에 나서면서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있어 최근에는 우량한 것으로 알려진 중견 건설업체들마저 자금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채시장의 어음할인율이 오르고 있는 것은 우선 정부의 지급준비율 인상 등 일련의 긴축조치로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사채시장의 조달금리가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해 11월24일 4.61%에서 지난 24일 4.94%로 무려 0.33%포인트나 올랐다.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금리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지난해 10월31일 기준 최저 연 5.37%에서 현재 5.77%로 2개월여 만에 0.40%포인트 급등했다. 우리은행의 중기대출 최저금리도 지난해 10월 말 기준 연 6.07%에서 22일 현재 6.44%로 0.37%포인트 올랐다. 하나은행의 CD 연동 공장담보 중기대출 금리도 지난해 10월 말 연 6.46%에서 22일 현재 6.85%로 3개월여 만에 0.39%포인트 급등했다. 게다가 올해 경기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환율 등 경제 외생 변수마저 중소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사채시장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줄을 조이고 있다. 사채시장의 한 관계자는 “요즘 사채업자들은 건실한 중견기업조차도 신용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좋지 않은 소문이 돌면 당장이라도 거래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소매업과 음식료업 등 서민경제와 밀접한 업종의 어음할인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서민들의 소비여력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이들 업계가 입을 타격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유형준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팀 과장은 “지난해 말 콜금리 인상 등으로 중소기업의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사채시장에서의 자금 부담도 커지는 추세”라면서 “특히 내년 신바젤협약의 발효를 앞두고 은행권의 대출규제가 강화될 전망인 만큼 금리가 중소업체에도 경영상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