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치솟자 팔자 늘어…값도 수십억 추락<br>"수익성 떨어지는 물건도 많아 투자 신중해야"
| 경기침체와 공실률 증가로 강남권 중소형 빌딩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고 있다. 안개에 싸인 강남 테헤란로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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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사업자 A씨는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보유빌딩을 163억원에 처분했다. 연면적 3,800㎡의 이 빌딩은 2007년만 해도 200억원까지 호가가 치솟았던 물건이다. A씨는 “제값을 못 받은 것 같아 아쉽기는 하지만 경기가 워낙 불안해 매수자가 나섰을 때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2. B씨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보유하고 있는 지상 5층 빌딩(연면적 3,960㎡)을 최근 150억원에 매물로 내놓았다. 역시 2007년 최고가에 비하면 30억원 가량 낮은 가격이다. 그는 “강남이라고 해도 입지가 불리하면 공실률이 높아 대출금을 감당할 길이 없다”고 했다.
서울 강남권에서 연면적 1만㎡ 이하 중소형 빌딩의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의 웬만한 공인중개업소는 3~4건의 빌딩 매물을 갖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는 소형 기업들의 ‘탈(脫) 강남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자영업자들의 폐업도 줄을 이으면서 치솟는 공실률을 감당할 수 없는 건물 주인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강남권 C등급 빌딩(연면적 6,000~1만5,000㎡)의 공실률은 지난해 1ㆍ4분기 0.7%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 1ㆍ4분기에 접어들며 4.2%로 6배나 급등했다. 홍순만 신영에셋 이사는 “지하철역과 멀거나 이면도로에 접해 입지가 떨어지는 C등급 빌딩의 공실률은 이미 15%를 넘어섰다”며 “올 2ㆍ4분기에는 20% 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헌 교보리얼코 투자자문팀장은 이에 대해 “강남에서는 대치빌딩ㆍ삼화빌딩 등 랜드마크급 건물의 공실률도 치솟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임대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강남 빌딩 매물이 증가하고 부동산경기 반짝 호황에다 저금리 기조까지 겹치면서 강남권 중소형 빌딩을 사려는 투자자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강남 N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빌딩 거래 자체가 거의 없었는데 올 3~4월에는 12건을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지점장도 “최근 빌딩 매수를 문의하는 자산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다만 현재 매물로 나온 중소형 빌딩 중에는 수익성이 낮은 빌딩도 많은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