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창오리의 群舞 자연의 신비에 시선이 멈춘다

금강 철새 도래지



가창오리

가창오리

해질 무렵 말똥가리 한 마리가 하늘높이 날아 올랐다. 멀리 모래톱에 앉아 있던 가창오리 떼 속에 뭔가가 움직였다. 한 무리의 오리들이 수면 위로 뛰쳐 오르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많은 오리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마침내 가창오리의 군무가 시작됐다. 하늘로 날아 오른 오리들은 방향을 잡지 못한 듯 이리저리 선회하다가 점점 시야에 가까이 다가왔다. 고쳐 잡은 카메라에 힘을 주는 순간 어느새 대규모의 오리 떼들이 머리 위를 훑고 지나간다. 오리들은 ‘후두둑 후두둑’ 파장이 긴 괴이한 음성만 남긴 채 순식간에 눈 앞에서 사라져 간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생명력이 전율처럼 강하게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요즘 금강 하구는 겨울 철새들의 현란한 몸짓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추수가 끝난 인근 논밭에 주워 먹을 낙곡이 많은데다 잘 발달된 모래톱이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철원, 천수만, 주남 저수지 등과 함께 우리나라 4대 철새도래지로 꼽히는 금강 하구는 매년 약 40여종 50만마리의 겨울 철새가 찾아온다. 금강권 철새 도래지는 서해고속도로가 지나는 금강대교와 29번 국도가 지나는 금강하구언 일대를 중심으로 서천군, 군산시, 익산시(웅포)를 포함한다. 너른 갯벌이 있는 금강 하구언 바깥쪽에는 도요새, 물떼새, 기러기가 많고, 안 쪽으로는 고니(백조), 청둥오리, 가창오리 등 물위에 떠 있기 좋아하는 수면성 오리류가 많다. 가창오리는 최근에 금강 지역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는 새 중의 하나이다. 국제적인 보호조인 이 새는 밤사이 주변 농경지에서 알곡 등을 주워 먹고, 낮에서 인기척이 닿지 않는 강이나 바다에서 휴식을 취한다. 청둥오리보다 작고 얼굴 전체가 태극무늬처럼 보여 ‘태극오리’라고도 불리며, 전세계 35만마리중 금강권에서만 10만 마리가 월동한다. 가창오리떼의 군무는 일몰직후 저녁 5시30분~6시 사이에만 볼 수 있다. 철새는 움직인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이들의 도래지도 매년 바뀌고 있다. 야생인 철새들은 먹이나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10월말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 집중적으로 관찰되는 겨울 철새들은 과거에는 낙동강 하구가 유명했지만 지금은 천수만, 금강, 전남 해남 등지가 더 많이 붐빈다. 몇 해전 주남 저수지에서 천수만으로 이동해 갔던 가창오리들은 조류독감으로 몰살당하는 참변을 겪기도 했다. 금강 앞바다에 있는 유부도는 검은 머리 물떼새의 천국이다. 전세계에 1만 마리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이 새는 유부도에서만 최대 3,000마리가 관찰된다고 한다. 유부도는 수면이 낮은 갯벌이 넓게 발달돼 있어 다리가 긴 작은 철새들의 서식처로 적합하다. 이 때문에 검은머리 물떼새 중 일부는 아예 유부도를 주거지로 삼아 텃새화 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맞은편 바다 앞에는 대우자동차 군산 공장이 들어서 있고, 유부도 주변 바다의 매립도 추진되고 있어 철새들은 점점 갈 길을 잃고 있다. 강정훈 군산시 학예연구사는 “지난 2002년부터 환경부의 지원으로 농민들과 함께 미수확 낙곡 남기기, 논밭에 담수 조성하기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농민들의 철새 보호의식이 높아져 다행이지만 금강하구의 자연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이 곳이 오랫동안 겨울철 철새 관광지의 명소로 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