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리먼 파산 2년… 확 달라진 월가 회식문화

"주변 눈치가 보여서…"<br>신입사원 환영회 등 화려한 파티는 옛말<br>햄버거·맥주면 "OK"


지난 7월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루스크리스(Ruth's Chris)' 레스토랑. 골드만삭스는 올해 신입사원 환영회를 이곳에서 열었다. 월가 뒤편에 자리잡은 170여년 전통의 '델모니코'와 '21클럽' 등 최고급 레스토랑에 익숙해진 회사 간부들은 "신입사원 환영회를 이런 (평범한) 곳에서 해야 하나"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신입사원들은 이 정도도 감사하는 눈치다. '셀 나이트(Sell Nightㆍ화려한 저녁 파티)'로 불리는 월가의 유흥문화는 사치의 극치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월가 은행들은 사원들이 입사하면 호화 리무진으로 최고급 나이트클럽에 데려가고는 했다. 식사 후에는 양키스 야구장으로 직행, 1,000달러가 넘는 내야석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야구경기를 즐겼다. 때로는 고급 콜걸들이 즐비한 '펜트하우스클럽'에서 환락의 밤을 즐기게도 했다. 월가 은행들은 미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신입사원들을 극진히 대접하며 '최고의 직장에 들어왔다'는 자부심을 심어줬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월가가 초호황을 누리던 시절의 추억이 돼버렸다. '비즈니스위크'는 월가의 호화 회식문화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거의 사라지면서 검소한 회식문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9일 전했다. 월가에서 오래 일해온 루이스 야네즈 웰워스캐피털 이사는 "예전에는 (뉴욕에서) 마이애미까지 날아가 온갖 고급 음식과 술 등을 맛보며 즐겼지만 요즘 월가에서는 햄버거ㆍ맥주 정도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월가 대형 은행들은 이른바 셀나이트가 가능했던 무절제한 법인카드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제니 해링턴 전 골드만삭스 트레이더는 "월가 동료들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회사 돈을 사용하기를 극도로 꺼린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의 경우 "어떤 종류의 성적유희에도 회사 돈을 쓸 수 없다"고 사원들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이 해마다 자선경매를 통해 선정된 '특별한' 1인과 식사를 하는 맨해튼 49가 스미스앤울렌스키 레스토랑은 월가맨들의 회식장소로 유명했지만 요즘은 '서브웨이'의 샌드위치로 대신한다. 200달러가 넘는 조니워커 블루를 마시던 월가맨들은 이제 5달러짜리 맥주로 만족하고 있다. 부유층의 상징이던 '아멕스 블랙카드'는 대중교통요금 카드인 '메트로카드'로 대체됐다. 월가 금융회사의 회식풍속도가 달라진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 때문에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다. 외부에서도 월가의 이러한 자숙을 곱게만 보지는 않는다. 비즈니스위크는 "미국민들의 세금으로 간신히 살아난 월가 은행들이 이전의 방탕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면서 "(월가 사람들의) 생각 자체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지 비용절감 차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헤드헌터인 대니 사치는 "(월가가) 낭비하거나 (금융위기 발생에) 무책임하게 보이는 것을 피하고 있다"며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선배들의 잘못으로 사치의 기회를 잃어버린 신입사원들의 심정은 어떨까.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 따르면 대부분 '취업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한 신입사원은 "대학 동료들은 두 번의 인턴십에도 불구하고 취업 문턱을 못 넘어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야네즈 이사는 "명문대학 출신들에게도 월가 트레이더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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