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석탄보다 3배 비싼 가스발전할 판… 전기료 올려 비용 충당 불가피

■ 논란 커지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 포스트 2020 쟁점은

'11% 감축' 수치 명시한 나라 하나 없고

해외서 배출권 조달 계획 온통 불투명

'해외 청정개발'도 2020년까지 무용지물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1년치 온실가스 배출량을 해외 수입하기로 한 계획의 타당성부터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지 여부에 이르기까지 온통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조차 2030년 37% 감축 실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특히 해외 청정개발사업(CDM)에서 얻은 배출권으로 국내에서 감축하지 못한 부분을 상쇄하겠다고 했지만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현행법상 2020년까지 국내에서는 사용하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해외 수입의 감축이든 국내 자체적인 감축이든 전기료 인상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전확대가 그나마 경제적 측면에서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신규 원전 짓기가 워낙 어려운 여건이어서 원가가 비싼 석탄발전소를 멈추고 값비싼 가스발전에 의존해야 할 처지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는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안은 연금과 더불어 미래 세대에 부담으로 귀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원 마련은 어떻게=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유엔에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를 제출한 국가 중 BAU 대비 감축 목표 외에 탄소시장메커니즘(IMM)을 통해 얼마의 배출권을 줄일지에 대해 밝힌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 심지어 우리가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은 스위스조차 INDC에는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 않았다. 아직 IMM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전체 감축 목표의 11.3%에 달하는 9,600만톤가량을 해외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 연구본부장은 "정부 혼자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재원이 분명 필요한 만큼 기금을 만든다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사업자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정부 차원에서 논의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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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거래법상 2020년 전에는 해외감축 인정 안 돼=IMM은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CDM을 시행하거나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으로 아직 규범이나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 CDM은 해외 지역 조림사업이나 저탄소 공장 등을 건설해 감축한 온실가스만큼 배출권을 인정받는 사업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나 기업이 해외에서 CDM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들여와도 2020년까지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외부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의 배출권 전환을 배출권거래제 3차 계획기간(2021~2025년)부터 적용한다. 이에 더해 해외 감축분도 최대 50%까지만 인정된다. 해외 투자로 온실가스 감축분을 들여와도 쓸 수도 없고 반은 버려야 하는 셈이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는 "현행법은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감축을 하자는 공감대를 두고 만들었다"며 "법부터 고치지 않으면 해외 감축분을 통한 계획이 무색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목표만큼 해외에서 CDM 사업을 따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해외 녹지 조성사업이나 저탄소 산업단지 건설 등은 기술과 자본이 필수적인데 이미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내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말이다.

◇원전·신재생 확대하면 결국 전기요금 상승=결국에는 온실가스 감축분을 충당하기 위해 국민과 기업이 경제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IMM 활용(11.3%)을 제외한 25.7%를 발전과 수송업에서 줄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탄 발전을 줄이고 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가스(LNG)복합발전을 늘려야 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는 kWh당 발전단가가 120~150원 수준으로 석탄(60~70원)보다 두 배 높고 LNG는 200원을 넘는다. 원자력(40원)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여론도 안 좋고 한기를 짓는 데 1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맞추려면 가스와 신재생을 엄청나게 늘려야 하고 결국에는 요금에 전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공공기관 고위임원은 "숫자만 내놓은 대책을 맞추기 위해 국민들은 10년, 15년간 엄청난 비용을 짊어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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