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머리염색약 만성습진 부른다

을지병원 이애영 교수…환자의 10%가 염색약과 연관

만성습진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머리 염색약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을지의대 을지병원 이애영(피부과) 교수는 일부 환자의 경우 머리 염색약의 파라페닐렌디아민(paraphenylenediamine: PPDA) 성분이 만성습진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세계적인 피부과 학술지 ‘Contact Dermatitis’ 7월호(Vol 51)에 발표했다. 이 교수는 "10~20년간 만성습진을 앓고 있는 환자를 5년 이상 관찰한 결과 환자의 10% 이상은 머리 염색약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부 알레르기 반응검사(첩포검사)를 통해 머리 염색약이 만성습진의 원인이 되는지를 알 수 있으며, 연관성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머리 염색약 사용을 중단하면 만성습진이 현저히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첩포검사란 여러 가지 원인이 될 만한 물질을 특수 용기에 담아 피부에 부착하고 2일째와 4일째 피부반응을 관찰, 원인물질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국내 연구결과로는 니켈같 은 금속물질, 화장품에 함유된 향료, 고무제품 등이 흔한 항원이다. 이번 조사는 2001년 5월~2002년 7월까지 을지병원 피부과를 찾은 만성습진 환자 중 염색 후 더욱 가렵거나 가려운 것 같다고 생각하는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40.7%(11명)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염색약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11명 중 5명은 염색약 사용을 중단한 뒤 만성습진이 완전히 사라졌고 3명은 증세가 좋아진 것으로 나타나 27명중 8명(29.6%)이 머리 염색약과 만성 습진과의 연관성을 보였다. 이번 분석결과를 토대로 97년3월~2001년 4월까지 4년간 피부과를 찾은 만성습진 환자 중 피부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시행한 63명을 추적 관찰했다. 이 교수는 63명의 환자 중 22.2%(14명)가 머리 염색약의 PPDA 성분에 양성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에게 머리 염색약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 결과 3명은 만성습진이 완전히 사라졌고 다른 3명은 증세가 많이 좋아져 염색약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만성습진 환자의 10% 이상이 머리염색약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염색약의 알레르기가 심할 경우 염색약을 원인으로 지목, 사용을 즉시 중단하면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으나 환자에 따라 원인을 찾지 못해 만성이 될 수 있다"면서 "염색 후 피부염이나 가려움이 심해진다고 느끼는 만성습진 환자는 피부 반응검사를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피부 알레르기 반응검사는 땀이 많이 나는 한여름만 제외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지 않아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는 검사법이다. 이번에 만성습진의 원인 성분으로 밝혀진 파라페닐렌디아민은 그 동안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염색성분 중의 하나이다. 그 외에도 히드로퀴논(hydroquinone), 페놀(phenol), 납(lead), 나프탈렌(naphthalene), 염료(basic blue 99) 등이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염색약 성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동양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검은 머리 염색약의 주된 성분이다. 그러나 검은 머리 염색 약 중에는 PPDA 성분이 없는 것도 있고, 검은색 염색 약이 아니라도 PPDA 성분이 포함된 것도 있어, 알레르기반응이 있거나 PPDA가 만성습진의 원인으로 밝혀진 환자는 제품의 성분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아름답고 보기 좋은 자신을 가꾸어 가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머리염색이 뜻하지 않는 반응을 일으키며 오히려 불편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면서 “염색과 관련되어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의심이 든다면 피부과를 찾아 원인물질을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 습진이란 가려움증이 주증상인 피부질환으로 원인이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원인을 찾지 못하면 재발하는 경향이 있으며 형태와 양상이 매우 다양하다. 습진은 습한 부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피부질환의 외관상 형태가 습하게 보여 습진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인데, 오히려 건조하고 메마른 경우가 많다. 급성기에 환부를 보면 피부가 빨개지고 그 위에 좁쌀 모양의 오톨도톨한 작은 물집을 보이며, 증상이 심할 때는 진물이 흘러나오고 부스럼 딱지가 생긴다. 원인이나 악화요인에 따라 분류되는데, 자극접촉피부염, 알레르기 접촉피부염, 아토피 피부염, 지루피부염, 건성습진 등이 이에 속한다. 만성습진은 이러한 습진이 오래되거나 같은 곳에 여러 번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가려움으로 인해 오랫동안 피부를 긁기 때문에 처음 생겼던 좁쌀 모양의 오톨도톨한 작은 물집은 없어지고 피부는 두껍고 딱딱해지고 표면은 거칠어진다. 원인치료가 되지 않으면 계속 재발하므로 10~20년씩 고생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다. 결국 최선이자 최고의 치료법은 만성습진의 원인을 찾아 원인을 제거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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