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중소 두부업체 사장의 하소연

“정말 공장을 돌리기가 싫습니다.” 두부를 만드는 한 중소업체 A사장의 푸념이다. 40여년간 두부를 제조ㆍ판매하고 있는 그는 “콩 한 가마(50㎏)에 3만원 하던 시절에 두부값이 500원이었는데 지금은 한 가마에 5만5,000원으로 2배가량 뛰었지만 두부는 800원에 불과하다”며 “1,000원을 받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에서 계속 공장을 돌려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고민은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를 옥죄고 있는 또 다른 아픔은 CJ, 대상 등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로 중소업체의 시장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콩값마저 급등하면서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40여개에 이르던 서울 소재 두부 제조 공장들은 현재 10개도 채 안 남은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그를 더욱 서글프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콩 수입 시스템이다. 원재료값 급등으로 콩 물량 자체가 부족해지자 저품질 콩까지 마구잡이로 수입되면서 두부 품질마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고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면 나중에 원자재 가격 폭등세가 주춤해지더라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A사장은 “국산콩 가격이 수입산보다 4~5배 비싸기 때문에 거의 모든 업체들이 전적으로 수입산 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콩 수입을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전담하다보니 콩 가격이나 품질 문제에서 제조업체는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중소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선택권을 줄이고 품질도 떨어지게 하는 이상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국내 560여개 두부 제조 업체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연식품공업협동조합 측도 장기적으로 물량 및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수입 시스템을 제조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A사장의 말은 곡물가 급등 등 원가 상승으로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납품단가 연동제 외에 뜯어고쳐야 할 제도가 많다는 것을 절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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