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잠 못이루는 밤 "지갑이 열린다"

상인들 '열대야체제' 돌입<br>호프집 등 주문쇄도로 파라솔업체 비상<br>대자리·모시속옷 상인들 손님맞이 부산<br>한강둔치 가게들도 먹거리 준비 서둘러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면 ‘잠 못 드는 밤’을 준비하는 상인들의 발걸음이 흥겹다. 31일 새벽 전국적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며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될 움직임을 보이자 대형 할인점에서부터 구멍가게까지 ‘열대야 체제’에 돌입한 상인들은 무더위로 지친 사람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최모(46)씨는 이날 그동안 장맛비에 젖은 파라솔들을 꺼내 묵은 때를 벗기고 더러워진 곳에는 정성스레 페인트칠까지 했다. 최씨는 “무더운 여름 밤 맥주를 팔아서 얻는 수입이 제일 쏠쏠하다”며 “이제 장마도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돈 벌 궁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웃음을 지었다. 열대야에 호프집이나 구멍가게 파라솔로 피신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파라솔 제작 업체들도 비상이다. D파라솔업체의 한 관계자는 “호프집ㆍ펜션 등에서 주문이 쇄도해 기일 안에 다 납품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대형 할인점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맥주ㆍ과일ㆍ빙과류 등을 들여놓기 바빴다. 한국까르푸의 한 관계자는 “열대야 기간에 여름 먹거리 매출이 15%는 늘어난다”며 “주문량도 늘고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에서는 죽부인ㆍ대자리ㆍ모시속옷 등 여름상품을 파는 상인들이 따뜻한 햇살에 물건들을 내놓고 손님맞이 준비를 서둘렀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죽부인과 대자리 등을 파는 한모(34)씨는 “장마로 찌든 습기가 쫙 빠져 지금 대자리를 사기가 딱 좋다”며 “여름 밤에 잔디밭에 대자리 하나 깔고 누워 있으면 그보다 시원한 게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인근에서 모시속옷을 파는 성모(28)씨는 “벌써 (모시속옷이) 다 팔려서 더 팔 것도 없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오전에 하나씩 덤으로 주는 게 아니었는데…”라며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다. ‘수재민 돕기 폭탄세일’을 써 붙이고 여름철 고쟁이 등을 파는 윤모(42)씨는 “상인들끼리 뜻을 모아 물건을 판 이익으로 수재민들을 돕기로 했다”며 “어려운 사람도 돕고 열대야도 시원하게 극복하면 얼마나 좋으냐”며 고쟁이 하나를 사가라고 기자의 손목을 붙잡기도 했다. ‘도시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이는 둔치 인근 상인들도 ‘더위탈출’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한강 뚝섬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이곳은 한강 둔치 중에서 가장 비피해가 적어 시민들이 많이 찾아올 것 같다”며 “여름철 손님들을 위해 얼음맥주ㆍ얼음소주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열대야는 8월 한달간 우리나라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돼 덮고 습한 공기가 우리나라를 덮고 있다”며 “이번 한달간 열대야 현상이 잦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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