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과정에서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사흘 내에 속전속결로 드라크마화 회귀가 이뤄져야 한다는 출구전략이 제시됐다. 이에 따르면 극비리에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1대1 비율로 화폐를 교환해 드라크마로의 완전복귀를 이행하기까지 총 4~7개월이면 유로존 이탈이 완료된다.
영국 중도우파 싱크탱크인 폴리시익스체인지는 최근 실시한 그리스 등 재정위기국의 유로존 출구전략 공모전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고 5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당선된 영국 컨설팅 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영국 의류업체 '넥스트'의 사이먼 울프슨 최고경영자(CEO)가 내건 상금 25만파운드를 거머쥐었다.
캐피털이코노믹스가 내놓은 출구전략의 핵심은 '비밀'과 '속도'다.
우선 시장의 패닉을 방지하기 위해 유로존 이탈계획은 약 한달에 걸쳐 총리와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를 포함하는 극소수의 핵심 정책당국자들만으로 비밀리에 수립해야 한다. 계획이 확정되면 공식 발표에 앞서 다른 유로존 회원국이나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주요국 중앙은행들에 유로존 탈퇴 사실을 사전 통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 등 만에 하나 필요할 조치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은 주말을 낄 수 있는 금요일 저녁으로 수 시간 뒤 유로존 탈퇴를 공식 발표하고 국내 은행과 금융시장에 대한 일시폐쇄 조치를 내린 뒤 자본통제를 실시한다.
주말에 물가목표와 재정규율 등 새로운 정책체제를 발표한 뒤 월요일에는 유로화와 1대1 비율로 교환하는 새로운 화폐, 그리스의 경우 드라크마화가 도입된다. 임금과 은행 예금 및 대출, 상품 가격 등이 모두 1대1 비율로 대체되지만 시장원리에 따라 새 통화는 곧바로 외화에 대해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경우 40%,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30%, 아일랜드 15%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은행 폐쇄와 자본통제, 화폐 변환에 따른 외국과의 부채협상은 모두 새 화폐 도입 당일이나 늦어도 단시일 내 종료돼야 한다. 유로화는 당분간 소액거래에 한해 병용이 허용되지만 3~6개월 내 법정통화 기능을 상실하고 완전한 유로존 이탈이 이뤄진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또 한 국가의 유로존 이탈이 실행되면 독일 등 선진국과의 경제적 격차가 심한 남유럽을 중심으로 유로존 연쇄이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EU 조약에 유로존 이탈을 희망하는 다른 국가들을 위해 명쾌한 출구 메커니즘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경제적 격차에 따른 유로존 붕괴로 최종적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ㆍ네덜란드ㆍ핀란드ㆍ벨기에ㆍ프랑스 등 '핵심' 국가들만 유로존에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캐피털이코노믹스 설립자인 로저 부틀은 "(출구전략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비교적 빨리 유로존 이탈의 고통에서 벗어나 성장궤도로 회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