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약의 다섯가지 맛 객관적 기준 마련한다

한의학硏 이미영 박사팀 연구 착수<br>한약 제조 표준화 청신호<br>독성 한약재 평가도 가능

한국한의학연구원 이미영 박사팀은 미각센서를 활용, 음양오행에 기초한 오미(五味)의 정의를 현 시대에 맞춰 계량화된 기준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예로부터 한방에서는 한약의 효능을 말할 때 신맛ㆍ쓴맛ㆍ단맛ㆍ매운맛ㆍ짠맛 등 '오미(五味)'의 개념을 적용해왔다. 열을 내리는 약은 쓰고 땀을 내는 약은 맵다는 식이다. 하지만 한약은 단순히 오미로 구분할 수 없는 복합적인 맛을 지니기 일쑤다. 또한 이론상 구분한 오미와 실제의 맛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그동안 한의학계에서는 한약의 맛과 효능의 상관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논쟁을 이어왔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창의연구실 이미영 박사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한약의 맛을 객관화, 표준화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음양오행에 기초한 오미의 정의를 현시대에 맞춰 계량된 기준으로 재정의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연구팀이 활용한 도구는 미각센서. 기존의 관능평가는 평가자의 주관적 입맛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반면 미각센서는 동일 성분의 물질에 항상 동일한 결과를 내놓는다. 다루기 쉽고 분석기간이 짧으며, 사람이 맛볼 수 없는 독성 한약재의 평가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팀은 가장 먼저 한약재의 미각 패턴을 측정했다. 각각 쓴맛과 신맛을 대표하는 청열약(淸熱藥)ㆍ수삽약(收澁藥)을 대상으로 약물의 이론적 작용기전. .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모든 한약재가 고유한 미각 패턴을 가졌음을 알아냈다. 특히 동일한 한약이라도 원산지에 따라 약효가 다르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국산 당귀와 중국산 당귀의 맛에서 나타나는 분명한 차이를 발견하고 이의 수치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한약 연구에 일반적으로 이용됐던 성분 분석이나 유전자 분석으로는 확인이 어려웠던 부분이다. 이 박사는 "이 결과를 응용하면 한약재의 원산지·채취시기·보관방법·등급ㆍ유통기한 등의 기준에 따라 맛과 약효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다"며 "한약의 품질기준 객관화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정 한약이 얼마만큼 쓴지, 담백한 맛은 어떤 성분들의 조합으로 이뤄졌는지와 같이 맛의 객관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한약 제조법의 표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박사는 "사고의 폭을 넓힐 경우 이번 성과는 한약의 최대 취약점으로 꼽히는 쓴맛을 경감하는 연구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며 "연구 결과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 더 다양한 한약재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데이터베이스 축적에 힘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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