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수·수출 동시악재 장기불황 부를수도

■한국경제 또 풍랑 맞나<br>정부 "직접영향 없을것" 낙관<br>분노감, 경제살리기 연결땐 美처럼 경기활력 순기능도

지난 2001년 9ㆍ11테러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던 와중에 터졌다. 당시 미국인들은 테러를 당한 분노감을 경제 살리기로 나서 소비진작과 투자확대로 연결했고 뉴욕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테러가 역설적으로 미국경제 회복에 큰 힘이 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김선일씨 피살사건은 우리 경제의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온 국민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는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을 떠안을 것인지, 국민적 단결을 유도해 미국처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당장 연간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 기업들의 중동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번 사태로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깊어질 경우 내수회복은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다. 내수와 수출에 동시 악재가 터진 셈이다. 정부는 일단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강호인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장은 “경제 전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더러 현재 수립 중인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의 고려사항으로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라며 “5%대 성장률을 고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낙관적 기대와 달리 수출업체를 비롯한 민간 사이드에서는 적지않은 우려를 표시하는 모습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이번 사태 이전부터 소비와 투자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올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한 상태. 하반기 수출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자형 장기불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던 터였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은 “이번 사건은 추가파병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미ㆍ이라크 관계가 더욱 불확실해져 한국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일 것”이라며 “한미의 선행지표들이 하락국면이라서 위축된 투자심리를 더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수출업체들에는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한국기업의 중동수출은 42억4,0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29.2%나 늘어났다. 무협은 올해 중동수출이 전년(85억2,000만달러)보다 10% 가량 늘어나 100억달러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불투명해졌다. 무협의 한 관계자는 “중동수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로 크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수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급성장하던 중동 지역 수출은 당분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사태가 가져올 최악의 시나리오다. 강 과장은 “국민들이 분노를 앞세울 경우 경제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경제 펀더멘털에 직접 연관된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볼 때 파병에 대한 국론분열로 불안감이 조성되고 국가 위기대처 능력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이어져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킬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중동 지역에서 이른바 ‘소영웅심리’에 의한 모방범죄가 발생하고 양국 국민 사이에 예측불가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수십년간 닦아온 중동 지역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랍세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미국의 비위도 맞춰야 하는 난제 중의 난제가 정부에게 걸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민적 단합이 이뤄지고 테러를 반대하는 글로벌 자본의 속성이 한국경제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경우 이번 사건이 한국경제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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