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11> 이직 '성공'의 조건


‘평생 직장’이라는 말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됐습니다. 예전에는 충성심과 애사심으로 똘똘 뭉친, 회사에 대한 일종의 의리를 대변하는 말이었으나 한 회사에만 20년 이상 다닌다는 건 어떤 때는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할 능력이 없다는 말로 쓰이기도 하는 때가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직은 전에 다니던 회사를 배신하는 행동이 아니라 본인이 더 잘 맞고 더 나은 곳으로 터전을 옮기는 중요한 의사결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직을 잘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요? 업무경력과 전공을 살려 새 터전을 잡으려면 일반적으로 동종업계 내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 회사를 나오더라도 동료들을 마주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입니다. 굳이 본인이 아니더라도 촘촘한 그물망 같은 네트워크는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상사, 후배 할 것 없이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이죠.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 중 하나가 바로 평판관리입니다. 이직을 위해 서류를 넣은 후부터 면접대상자가 되기 전까지 ‘그 사람 어떤 사람이냐’를 묻는 전화가 적어도 한 통 이상은 반드시 걸려 옵니다. 이 과정에서 떠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떠나려는 사람은 조금은 불편한 기간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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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열에 아홉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법한 평판관리의 중요성을 정작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고 합니다. 대개 끝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죠. 기자가 일전에 아름다운 뒷모습의 중요성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첫인상만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게 마지막 뒷모습이란 이야기와 함께 말입니다. 이직도 마찬가지죠. 직장을 옮기겠다는 결정은 전혀 비난받을 만한 행동이 아닙니다. 하지만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나간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떠난 몸이고 그래서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알 수도 없을 뿐 더러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 스텝이 꼬이기 시작하면 새로 딛는 첫걸음마저 꼬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고 스티브 잡스가 한 대학교 졸업 연설에서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다, 과거에 했던 일들이 지나고 보면 모두 도움이 되는 경험이더라며 말한 ‘connecting the dots’가 오해나 실수에도 통용되는 것입니다.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 때문에, 우리는 젊은 직장인 누구나 회사에서 ‘피해자’일 거라고 여기는 공통된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나 공동체 속에서 기본이 안된 사람,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남의 생각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는 푸념 또한 넘쳐납니다. 이런 부하직원들을 ‘케어’하느라 바쁜 상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떠나가는 자의 뒷모습이 꼭 아름답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이직을 고민하는 여러분, 당신이 정말 훌륭했던 후배가 되려면 지금보다 스스로의 모습에 조금은 더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015B의 ‘이젠 안녕’이란 노랫말처럼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수 있으니까요.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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