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누가 내 돈을 옮겼나

최근 들어 주위의 지인이나 친구들의 연락이 부쩍 잦아졌다. 대부분은 마치 투자할 만한 주식종목을 묻듯 어떤 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을 것인지 골라달라고 재촉하는 내용이다. 펀드에 대한 관심의 정도나 빈도가 예년과 많이 달라짐을 피부로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지난 2005년 국내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적립식 펀드가 인기몰이를 했고 2006년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의 선전에 힘입어 차이나 펀드 등 신흥시장 펀드들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또 일부 운용사에서 출시한 베트남 펀드는 연말 펀드시장의 새로운 투자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2007년 들어 중국증시의 조정을 경험하고 베트남시장으로의 무분별한 자금유입을 경고하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또 다른 방향잡기에 바빠졌다. 투자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펀드를 선택할 때 과거 수익률만을 기준으로 하고 특정 펀드나 지역에 몰아서 투자하는 모습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간접투자시장 규모가 230조원을 넘었지만 분산투자가 보기 좋은 수식어로만 자리잡은 채 진정한 투자문화로 정착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지난해 자산운용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펀드를 무엇으로부터 인지하고 판단해서 가입하는가’라는 물음에 가장 많은 비율를 차지한 것이 신문광고와 금융기관 홈페이지로 나왔다.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의해 가입한다는 답이 압도적 비율을 차지했다. 위험이 내포돼 있는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판단하는 것보다 전문가와 상의해 본인에게 맞는 투자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 각각이 처한 재무적인 상황은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펀드 투자는 막연히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투자를 결정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많다. 투자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투자는 자칫 실패로 이어지기 쉽고 시간이 흐른 뒤에 스스로에게 “누가 내 돈을 옮겼나”라고 물어보는 허탈감을 맛볼 수 있다. 재테크에 뚜렷한 지름길이란 없다. 조급함을 버리고 스스로의 재무목적에 맞게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를 적절하게 고려해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