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래로 풀어가는 트렌스젠더 아픔

뮤지컬 '헤드윅'

'헤드윅' 역을 맡은 조승우

'헤드윅' 역을 맡은 조승우

노래로 풀어가는 트렌스젠더 아픔 뮤지컬 '헤드윅' '헤드윅' 역을 맡은 조승우 ‘자유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란다.’ 이 한마디에 심약한 미소년 한셀(오만석, 조승우)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다. 미군병사 루터가 건넨 큼지막한 초콜릿에서 맛본 달콤함과 풍요로움을 얻기 위해 그가 버려야 했던 것은 남성. 루터가 자신의 아내가 되면 미국에 데려가겠다는 제의에 한셀은 성전환 수술대에 눕는다. 한셀은 미국에 가지만 1년 만에 남편에게 버림받고 트레일러를 개조한 집에서 하루하루 연명한다. 힘겨운 삶이었지만 그에게는 음악이 있었다. 음악이 ‘첫사랑’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작은 선술집에서 노래를 시작한다. 뮤지컬 헤드윅은 동독출신 트랜스젠더 가수의 인생을 노래로 풀어가는 록 뮤지컬이다. 유명 가수가 된 헤드윅이 자신의 그룹 ‘앵그리 인치’와 남편이자 보컬인 ‘이츠학’과 함께 관객 앞에서 선다. 어떻게 미국에 오게 됐는지 사랑했던 연인 토니 노시스와는 어떻게 헤어지게 됐는지 그리고 지금의 남편 이츠학은 어떻게 만났는지 등을 음악과 이야기로 설명한다. 극중에서 이츠학은 남편이라기보다 볼모에 가깝다. 헤드윅이 미국인 신분으로 크로아티아 공연 중에 만난 여장남자이자 유태인인 이츠학의 간곡한 부탁으로 미국에 데려 온다. 여장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하지만 헤드윅은 남편의 여권을 자신이 관리하며 불법체류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 음악을 위해서는 이츠학과 앵그리인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헤드윅은 외로움과 힘들었던 과거를 풀어놓으면서 이 세계로부터 받았던 외면과 피해를 보상 받으려 한다. 하지만 헤드윅은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니다. 자신의 어려운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인간일 뿐이다. 작품은 지킬앤하이드에서 뮤지컬의 황제로 등극한 조승우의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1인 뮤지컬이나 다름없는 헤드윅에서는 조승우의 체력이 다소 떨어져 보였다. 지킬앤하이드에서 보여줬던 폭발적인 가창력과 연기력에 미치지 못해 배역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는 부족한 점이 곳곳에 보였다. 반면 오만석은 마치 진짜 트랜스젠더가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배우 오만석은 보이지 않고 트랜스젠더 가수 헤드윅 만이 무대에 서 있었다. 오랜 배우의 관록이 묻어나는 그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대학로 라이브극장. 6월 12일까지 (02)3485-8740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입력시간 : 2005-04-21 16:58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