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침해 혐의로 법적 시비에 휘말렸던 P2P사이트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거듭된 패소에도 불구하고 무료 P2P 서비스를 강행하던 소리바다까지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소리바다는 “완전 개방형 P2P프로그램을 배포할 생각이 없으며, 이를 음악 관계자들과의 협상에서 카드로 이용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소리바다는 대신 유료 P2P 서비스 전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P2P는 ‘인터넷 세상의 공기’= P2P는 ‘Peer to Peer’, 즉 개인과 개인을 연결한다는 뜻이다. P2P 이전의 인터넷이 중앙서버에 다수의 단말기가 연결되는 서버-클라이언트 구조였다면 P2P시대의 인터넷에서 모두가 서버이자 클라이언트다. 네트워크를 통해 개개인이 직접 정보를 교환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P2P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네트워크로 발돋움했다. P2P라는 단어상의 의미보다는 훨씬 광범위하고 유용한 기술이다. P2P가 없다면 지금과 같은 인터넷을 통한 대규모 정보교환은 불가능하다. 통신 수요 급증에 따른 서버의 병목현상으로 원활한 업무처리가 불가능하고 서버 증설 비용으로 천문학적 금액이 들 수밖에 없다. P2P는 미래 핵심 기술이다. IBM과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은 P2P 기술을 차기 운영체제에 적용하려고 준비중이다. 유비쿼터스의 근간도 P2P다. 모든 기기들이 상황에 맞게 서로 인식하고 작동한다는 유비쿼터스의 본질은 ‘M2M(Machine to Machine)’이고 이는 P2P 인프라가 갖춰져야 가능하다. P2P는 이미 ‘인터넷 세상의 공기’나 다름없는 존재다. ◇소송으로 점철된 P2P 역사=P2P 역사는 ‘소송의 역사’나 다름없다. 지난 1999년 미국 P2P기반 파일공유 네트워크인 냅스터가 등장하자 그해 12월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는 냅스터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2000년 7월 마침내 냅스터에 서비스 중단 명령을 내렸다. 냅스터는 항소했고 2001년 2월 항소심에서 법원은 다시 불법판결을 내렸다. 결국 냅스터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냅스터가 법정다툼에서 패한 것은 중앙 서버가 있어 개개인의 접속과 검색을 도와주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냅스터에서 교훈을 얻은 P2P업체들은 개개인이 IP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공유해 서버 없이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1984년 대법원이 내린 ‘소니 베타맥스’ 판결이 믿는 구석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사용자들의 TV방송 녹화로 저작권 침해사례가 발생한다고 해도 녹화기기를 판매한 소니 베타맥스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그록스터, 카자 등 2세대 P2P업체도 법정공방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RIAA는 2001년 10월 그록스터 등을 고소했다. 하지만 중앙서버가 없기 때문에 냅스터 소송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LA법원은 2003년 4월 “이용자의 파일 교환행위에 그록스터는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2004년 8월 항소심에서도 이 판결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저작권 침해 행위를 조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제3자의 범법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만장일치 판결을 내렸다. ‘소니 베타맥스’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판결 영향으로 e동키와 윈MX가 지난 9월 사이트를 폐쇄했고 그록스터도 결국 지난 7일 서비스를 중단했다. ◇해외 P2P사이트‘도미노’처럼 무너져= 소리바다가 ‘백기’를 들기에 앞서 미국의 주요 P2P사이트들도 운영 중단이나 사이트 폐쇄, 매각 등의 조치를 취했다. 미국의 영화ㆍ음반업계로부터 지속적인 법적 공세에 시달렸던 대표적인 인기 P2P사이트인 ‘i2hub’가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법적 공세를 견디지 못한 채 결국 서비스 중단 결정을 내렸다. ‘i2hub’는 차세대 인터넷으로 불리는 미국의 인터넷2 망을 기반으로 한 파일공유 서비스로 인터넷2의 빠른 속도로 대용량 파일을 짧은 시간 안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이런 인기는 곧 사그러들고 말았다. 바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법적 소송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는 지난 4월 이후 i2hub 서비스를 이용, 불법적으로 음악파일을 다운로드받은 이용자들을 상대로 39개 대학에서 635건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i2hub’ 등 7개 P2P업체들은 지난 9월 RIAA로부터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는 경고성 서한을 받았다. 한편 지난 9월 윈MX가 서비스를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당나귀와 그록스터, i2hub마저 그 뒤를 따르면서 P2P업체들의 서비스 중단 도미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