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相生)은 없다. 오직 상극(相剋)만 있을 뿐`. 한국의 현실이다. 참여정부 출범 후 8개월은 한 마디로 `갈등`의 연속이었다. 여야 갈등은 물론 대통령과 국회, 청와대와 내각, 정치와 경제가 각각 따로 돌아간다. 여당도 갈라졌다. 갈등 속에서 `불안정`만 확산되는 악순환이 구조적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정치적 불안정은 국민생활의 궁핍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불확실성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경제도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 경제의 회복대열에 참여하지 못하고 낙오할 가능성도 높다.
누가 이런 결과를 낳았는가.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 그러나 국정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가 자기고집만 내세우고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한 결과다. 대통령은 토론을 중시한다고 했지만 막상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으면 대화상대로 인정하지도 않으려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선거전에서 정책정당을 표명했던 여당은 정책을 내놓고 비전을 제시하기는 커녕 당내 갈등으로 7개월을 보낸 끝에 분당(分黨)했다. 기본적으로 숫자놀음인 정치에서 선택한 `뺄셈의 정치`가 중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지올 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갈등구조만 복잡해진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야당도 원내 제1당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국정 운영에 일정한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내내 `딴지`로 일관한 것은 아닌지 자성이 필요하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결의안 파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원칙을 강조하지만 `대통령과 평검사와 대화`이후 정권수뇌부에 대한 불만이 `원칙에 따른 수사`로 표출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새 대통령이 국정업무를 익히기도 전에 의도적인 공격으로 일관한 게 사실이다.
사회를 이끌어 갈 주요 구성원 모두가 따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나라곳간이 텅 빌 정도로 경기부양을 위해 예산을 퍼붓고 있지만 경기는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소비자 전망 등 각종 경제지표는 악화일로다.
어떻게 하면 경제가 살아나고 희망이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문제와 답은 한 곳에 있다.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가 살고 국민생활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으로 최고조에 달한 갈등을 푼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갈등구조를 조속히 풀지 못할 경우 한국은 세계경제의 앞쪽에서 점차 밀려 남미형 후진국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한번 뒤처지기 시작하면 따라잡기 어려운 국제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선행돼야 한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극(相剋)을 상생(相生)구조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전투구식 정쟁은 재신임 발언 이후 오히려 심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정쟁은 대통령이 제시한 국민투표일인 12월15일까지 2개월간 더욱 치열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그 후는 더욱 문제다. 국민투표 과정과 결과에 따라 갈등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까지 정쟁으로 날을 지샐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제가 죽으면 정치도 죽는다. 경제가 더 죽기 전에 정치권의 상생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권이 윈ㆍ윈(winㆍwin)전략을 펼 때 경제도 살고 정치도 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