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채 일시에 갚을 유동성 확보한셈"

■한일 통화스와프 700억弗로 확대<br>엔고 악재 맞은 日도 외부로 달러 유출 효과<br>우리측 윈윈 제안 수용

신제윤(왼쪽) 기획재정부 차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가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일 통화스와프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우리 외환 당국이 일본 측에 통화 스와프 규모를 총 700억달러 상당 규모로 늘리자고 제안하고 19일 양국의 합의를 이룬 것은 만에 하나 대외 경제여건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를 경우에 대비하자는 차원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우리가 보유한 3,000억달러대의 외환보유액으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지만 유럽발 재정위기가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에는 유동성 부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선제적으로 '방파제'를 쌓자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지난 2008년에 했던 것처럼 우리의 금융시장에 안정을 되찾기 위해 공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금융위기 재연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추진할 것임을 시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일 통화스와프 700억달러 상당액과 더불어 현재 잔액이 약 260억달러 상당(1,800억위안)인 한중 통화스와프까지 합치면 통화스와프 총잔액이 1,000억달러 수준에 달한다. 여기에 현재 우리가 쥐고 있는 외환보유액(9월 말 기준 3,034억달러)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외환보유액을 4,000억달러 수준으로 높이는 효과를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총 대외부채(외채)는 6월 말 현재 3,980억달러 수준. 따라서 4,000억달러대의 유동성을 손에 쥐게 되면 이론적으로 일시에 외채 상환요구가 들어와도 이를 모두 갚을 수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 제로'가 되는 셈. 이렇게 되면 해외 투자자들로서는 "한국에 돈을 빌려줘도 최소한 원금 떼일 일은 없다"고 안심하게 돼 우리나라의 대외 신용도가 올라가게 된다. 외국자본 유출 위험은 그만큼 줄어들어 환율과 금융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도 "시장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이 크게 확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환율은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 소식에 달러당 13원 급락(원화가치 상승)했다. 다만 정부는 앞으로 한일 통화스와프가 공식적으로 체결되더라도 이를 불필요하게 인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해당 자금은 오로지 비상용이기 때문.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나 재정건전성ㆍ외환보유액 상황을 볼 때 통화스와프를 확충할 이유는 없었다"며 "따라서 한일 통화스와프가 체결돼도 실제로 인출해 쓸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일 간의 이번 통화스와프 합의는 9월 우리 외환 당국이 일본 측에 규모 확충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당시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후 그리스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급속히 악화된 시점이었다. 혹 발생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해 추가적인 안전장치로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를 제안했다는 게 재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리의 제안이 일본에 득이 된다는 점도 이번 합의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안전자산인 엔화 자산을 쫓아 급격히 유입되는 달러로 엔고의 악재를 맞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엔화와 달러 모두를 외부로 내보내는 효과를 내는 통화스와프가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또 재무장관 출신인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한일 관계개선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추진을 위해 한국 측 제의를 선뜻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통화스와프를 통한 양국 간 신뢰구축이 앞으로 아시아 지역의 금융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고 있다. 한일의 외환 당국은 조만간 추가 협의를 통해 양국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세부 협의를 실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