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외서 쉬면서 쇼핑해요" 명품 휴가족 늘어난다

가방 등 세일기간 맞추면 대박<br>"프랑스 가면 비행기값 뽑아요"<br>국내에 없는 명품 쇼핑 행렬도


에르메스 버킨백

루이비통

"난 명품 사러 휴가 간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해외에서 명품도 사고 휴가도 즐기는 이른바 '명품 휴가족'이 늘고 있다. 명품 가방에서 의류ㆍ화장품 등 국내와 현지의 가격차가 많이 나는 것을 구매하기 위해 휴가를 떠나는 기형적 현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증권사에 다니는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프랑스 파리로 이른바 '샤테크'를 겸한 휴가를 다녀왔다. 샤넬 마니아인 김씨는 국내에서 579만원에 팔리는 샤넬의 대표 상품인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 사이즈 핸드백을 파리 시내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2,450유로(약372만원)에 샀다. 김씨는 또 10%인 37만원을 세금으로 환급 받았다. 김씨와 함께 간 친구는 한국에서 1,199만원에 팔리는 에르메스 베스트셀러 핸드백 버킨25를 6,200유로(약 942만원)에 구매하고 세금을 환급 받아 국내에서 살 때보다 351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김씨는 "프랑스에서 샤넬이나 에르메스 가방을 구입하면 국내보다 200만원 이상 싸기 때문에 비행기 값을 뽑는다"며 "최근 젊은 여성들은 프랑스 현지로 휴가를 떠나 직접 사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비쌀수록 잘 팔리는' 국내 사치품 시장의 속성을 악용해 터무니 없는 고가 마케팅 정책을 고수하다 보니 이 같은 기형적인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 쇼핑 관광객도 급증하고 있다. 파리 시내에 위치한 몽주 약국은 한국 관광객이 필수적으로 찾는 한국인 관광명소가 됐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유럽 유기농 화장품의 경우 국내 가격과 최대 5~6배 차이가 난다. 이곳에서 4,000원 초반대 유리아주 립스틱은 한국에서 1만2,000원, 1만1,000원짜리 피토 헤어 제품은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6만2,000원, 1만8,750원에 팔리는 꼬달리 클렌징 폼은 한국에서 3만9,000원에 팔린다. 프랑스 기업에 다니는 홍모씨는 "1년에 한두 번씩 프랑스로 출장을 가는데 나갈 때마다 가족이 쓸 화장품ㆍ헤어제품 등을 무더기로 사온다"면서 "화장품 재테크로만 1년에 수백만원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돌체앤가바나ㆍ비비안웨스트우드ㆍ알렉산더맥퀸 등 유럽 명품 의류 등도 현지 세일 기간에 맞추면 '대박 쇼핑'이 가능하다. 회사원 이모씨는 "프랑스 명품 아웃렛 라발레에서 한국 관광객들이 '묻지마 쇼핑'을 하는 모습에 낯 뜨겁기는 했지만 유럽 명품 의류를 국내 보다 최대 80% 싼 가격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유럽뿐 아니라 태국ㆍ홍콩 등지에서의 명품쇼핑 휴가도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유명 항공사의 승무원 이모씨는 태국에서 579만원짜리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 사이즈 핸드백을 400만원 초반대에 구매했다. 고가의 명품 반입에 부담을 느낀 이씨는 승무원 가족은 무료 비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남편이 직접 주말에 태국 현지로 날아와 샤넬 백 운반책 역할을 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의 명품백을 찾는 명품족의 행렬도 이어지는 추세다. 이탈리아로 휴가를 다녀온 국내 특급 호텔 호텔리어 윤모씨는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같은 가방이 몇 십 만원 저렴했지만 한국에 없는 디자인과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명품 브랜드가 많아서 희열을 느낀다"며 "초창기 명품족은 국내에 없는 디자인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가방 등 잡화부터 의류ㆍ화장품까지 한국과 현지의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직접 현지 쇼핑을 나서지 않아도 인터넷 등을 통한 현지 구매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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