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인증업체 시험만 인정따라…국내 의약품 독성시험을 대행해주는 연구기관과 바이오 업체들이 시설 확충 및 국제인증 획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2003년부터 국내 의약품안전성시험관리기준(GLP)이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되는 데다 동물애호단체들의 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ㆍ유럽연합(EU) 전임상시험기관의 국내 진출 움직임과 맞물려 국내 제약ㆍ바이오업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야서 국내 최고의 시설ㆍ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화학연구원은 올 연말 연면적 5,300평(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새 안전성시험동을 완공, 무균실 소독 등 세팅과정을 거쳐 내년 3월께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한상섭 화학연안전성연구센터장은 "대규모 시험동 완공과 시설ㆍ장비 확충으로 원숭이 등 영장류실험도 할 수 있게 됐다"며 "전임상시험 위탁대행건수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센터장은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이미 GLP 인증에 필요한 사찰을 받았으며, 오는 12월 인증을 받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자신감의 근거로 OECD가 세계보건기구(WHO)에 구충제 안전성시험을 수행할 기관으로 화학연구원을 추천, 지난 2월부터 총 25억원 규모의 독성실험 위탁사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한 센터장은 또 "일본 후생성이 우리가 1~2년 전 독성실험을 대행해준 몇 개 의약품을 심사하고 있어, 일본GLP 인증을 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며 "지난 1999년 미국 실험동물관리평가인증협회(AAALAC) 인증을 획득,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GLP 인증을 받기 위한 교두보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벤처기업들도 100억원 이상의 전임상시험 시설ㆍ장비투자 및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는 등 'GLP 시장' 선점경쟁에 나섰다.
실험동물 생산업체인 바이오제노믹스는 오는 9월까지 구로공단 본사 건물 일부를 개조, 연면적 2,000평 규모의 독성연구소를 만들 계획이다.
장재진 사장은 "세계 최대 실험동물 생산업체인 찰스리버그룹 계열 전임상시험 대행업체인 시에라바이오메디칼과의 제휴를 바탕으로 올해 130억원을 투자, 연구시설ㆍ장비를 갖추고 미국ㆍ국내 전문가 등 40여명의 연구진으로 연구소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제노믹스는 미국ㆍEUㆍ중국에 전임상시험 제휴 네트워크를 구축, 국내외 보건당국으로부터 GLP 인증을 단계적으로 획득해 나갈 예정이다.
올 초 바이오 벤처단지인 바이오메드파크(경기 용인시 구성면)에 전임상연구센터를 개설한 켐온도 국제 GLP 인증을 겨냥한 대형 시험시설을 새로 마련한다는 방침 아래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나섰다.
권오령 사장은 "EUㆍ미국의 전임상시험기관들이 동물애호단체들의 업무방해와 의회의 영장류 동물실험규제 강화 추세에 따라 한국ㆍ중국 진출을 서둘고 있다"며 "시장 선점을 위해 당초 계획보다 시설확충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용어해설>- 안전성실험
새로 개발되거나 사용 중인 의약품 등 각종 화학물질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쥐ㆍ토끼ㆍ개ㆍ원숭이 등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각종 독성시험. 일반독성시험(급성ㆍ아급성ㆍ만성독성시험), 특수독성시험(발암성ㆍ생식독성ㆍ항원성시험 등), 환경화학적 특성시험과 생태독성시험 등이 있다.
임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