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용카드대책 문제있다

최근 정부는 가계신용대출과 연체율이 급증함에 따라 카드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대폭 강화하기로 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사실 최근 카드사들은 연체율이 급증하고 영업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영업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카드사들의 1일 이상 연체율 추이를 보면 전업사들의 경우 지난해 말 5.8%에서 올해 6월 말 7.9%, 다시 9월 말에는 9.2%로 상승, 같은 기간 은행계 겸영카드는 경우에는 7.4%에서 9.4%, 다시 11.2%로 증가했다. 정부의 주장대로 카드회사가 부실화할 경우 은행 등 금융시장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뿐만 아니라 신용불량자 양산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신용카드업의 건전한 발전과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정부가 서둘러 강력한 대책을 마련함은 일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조치는 시장의 자율기능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관치금융을 심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과연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자못 회의적이다. 우선 정부는 1개월 이상 연체채권비율이 15% 이상이고 당기순이익이 적자인 경우에 경영개선을 요구하면서 '신규회원모집 중지' 및 '자금차입 제한' 등의 조치를 적극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시장의 퇴출기능을 정부가 대신하겠다는 지나친 처사이다. 과거 정부는 두차례에 걸쳐 퇴출기업의 명단을 스스로 작성해 발표한 뒤 다시는 정부가 나서서 기업을 퇴출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시장의 기능에 따라 부실한 기업이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기업상시퇴출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정부가 신용카드사의 퇴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과 다름 없다. 연체율이 높은 카드사가 차입이나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려 하면 시장에서의 자본조달비용이 너무 높거나 불가능해 카드사 스스로 영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어야 시장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는 것인데 그걸 정부가 하겠다는 것이다. 신용카드사에 대해서 현금서비스 한도액 중 미사용분에 대해서 1%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의무화하는 것도 문제이다. 아무리 현금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하더라도 현금대출이 나가지도 않은 부분에 대해서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대손충당금의 본래 취지가 대출금에 대한 잠재적 대손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두는 것이다. 그런데 사용하지도 않은 현금서비스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 대손충당금 본래의 의미가 퇴색돼 그 의미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무척 혼란스러울 것이다. 또한 정부는 내년 연말까지 현금대출업무비중(현금서비스+카드론)을 전체의 50% 이내로 줄이기 위해 현금대출비중 감축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카드회사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금대출비중 50% 이하 제한의 회피를 차단하기 위한 보완조치도 내놓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카드사들의 특정업무를 일정한 비율 이하로 줄이라고 하는 것은 관치금융의 대표적 횡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카드사들의 영업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단기신용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을 굳이 물품구입신용과 현금대출로 구분해 후자를 일정비율 이하로 줄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정부가 개입해 간섭하는 것으로서 소비자와 카드사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현금대출비중을 줄일 경우 이 시장에서 방출된 소비자들은 고금리의 대금업 등 사채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카드사들이 현재 이익을 낼 수 있는 업무가 현금대출 뿐이라는 것은 정부의뢰 연구조사에서도 드러난 만큼 이 부분을 억제하면 현재의 수익성 감소현상이 심화돼 오히려 카드사들의 부실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이번 조치에 카드사들의 무이자할부 서비스, 각종 할인혜택 등 신용카드사의 소위 부당영업행위를 업계 스스로 시정하도록 한 것도 시장의 공정경쟁을 방해하는 지나친 시장간섭이라고 생각된다. 카드사들의 이러한 경쟁행위는 카드시장에서 이자율로는 경쟁이 되지 않으므로 나타난 카드사간 비가격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억제하는 것은 정부가 보호하려는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취약한 카드사들의 자연스러운 퇴출을 정부가 앞장서 막아서는 행위이다. 정부는 카드사의 퇴출은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고 시장의 힘에 의한 퇴출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단 말인가. /박상수<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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