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두자릿수 수출 증가세를 기록했던 국내 기계산업은 2012년 이후 계속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었지만 중국·일본의 자급 확대와 엔저로 인한 일본의 가격공세 등 불리한 여건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기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중국의 수입수요 감소와 일본의 엔저를 내세운 가격공세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내수 역시 기업들의 투자 회복세가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기계 기업 중 선두인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자회사 밥캣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2012년 이후 계속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기계산업과 관계가 밀접한 방위산업 역시 중국의 공습으로 해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방산업체들이 주로 공략하는 해외시장은 동남아·중동 등이다. 하지만 최근 A방산업체가 겪은 사례는 중국의 위협을 여실히 보여준다. A업체는 지난 6월 태국 정부의 방산물자 입찰전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국 경쟁사가 저렴한 가격과 25년의 '무이자할부', 3조원가량의 태국산 상품 구입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덧붙여 입찰전에 뛰어들었고 A업체는 준비해놓은 샴페인을 터뜨릴 기회를 잃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처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섬유산업은 기계산업보다 심각하다. "중국산의 저가공세로 이미 한계에 부닥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호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섬유·의류 수출액은 159억3,900만달러로 전년보다 0.1% 줄었다. 반면 수입액은 8.4% 늘어난 146억5,5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역흑자가 전년의 절반 수준인 12억8,400만달러에 불과해 이대로 갈 경우 국내 섬유산업이 사상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실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는 국내 섬유산업의 중심지인 대구·경북 지역 경기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대구·경북 섬유업체들은 지난달 무역협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정부 차원에서 엔저 극복 방안을 마련하고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저부가가치 섬유산업이 인건비가 싼 중국·베트남 등으로 옮겨간 탓도 있지만 고부가가치 섬유도 개도국들의 추격이 거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던 탄소섬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서도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따라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오롱의 아라미드, 효성·태광·휴비스 등의 탄소섬유 사업은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하다가는 탄소섬유·아라미드 등 차세대 섬유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도레이·듀폰과 급성장하는 개도국 사이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각 기업들이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정부의 각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2011년 국내 섬유산업의 R&D 비중은 개발연구가 65.4%, 기초연구가 12.4%에 불과했다. 기초연구의 비중을 더욱 끌어올리고 여기에 정부가 정책금융 지원 등의 방안을 실시해 지원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